[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은행들이 노사 합의를 통한 경영방침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노조의 의사가 반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내부 경영에 대한 노사 간 분쟁이 줄어들면서 경영 안정화도 기대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경영 방침에 노사간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이 시행되면서 은행 경영 전반에 노조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임금협상, 정규직 전환 등 고질적인 노사간의 분쟁으로 경영 안정화에 차질을 빚어왔다"며 "최근 은행들의 경영방침에 노사가 합의하며 노조의 의견이 일부 반영돼 은행들의 내부 안정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은행들은 노사간의 합의를 통해 점포 통폐합에 따른 지점 축소 문제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규직 전환 등 노사간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먼저 씨티은행의 경우 앞서 25개의 영업점을 남기고 전체 80%의 지점 축소안을 발표했다. 101개의 영업점포를 통·폐합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자산관리(WM) 부문의 복합점포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씨티은행 노조의 반발에 부딪치며 지점 축소안 진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은행 지점 축소에 대한 제동 움직임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씨티은행은 지난 11일 노사간의 합의를 통해 제주·경남·울산·충북 등의 지역을 포함한 총 11개의 영업점을 더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노조의 의견을 반영해 점포를 대거 구조조정하는 대신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하면서 양측은 합의했다. 노조의 의견에 사측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또한 우리은행도 채용과 관련한 경영사안에 대해 노사가 합심한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노사간 공동 선언을 통해 금융권 최초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규 채용 확대 및 고용의 질 향상, 신중년 인생 보장, 근무환경 개선 등 노사 공동으로 5대 과제를 선정해 실천하기로 했다.
먼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 채용인원을 전년대비 2배인 600명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또 고용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제로화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중인 전직지원제도를 올해에는 잡 쉐어링(Job Sharing) 기회를 통해 전직지원 직원들에게 재취업 기회를 보장하고, 민영화 원년을 맞아 특별퇴직금도 현실화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최근 은행권 사용자들이 사용자협의회 복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용자협의회는 사용자협의회는 17개 은행 등 34개 금융기관이 가입한 사용자 단체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과 산별교섭을 진행하는 단체를 말한다.
그간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간 분쟁으로 작년 3월 금융공기업을 시작으로 시중은행을 비롯한 대다수 사용자들이 사용자협의회를 일괄 탈퇴했다.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강제도입에 반발하고 나서자 이에 대응한 것이다.
하지만 새정부 출범 이후 성과연봉제 대신 직무급제 도입이 추진되면서 노사간의 대화 채널이 복구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로 인한 금융권 노사간의 분쟁의 결과로 노사간의 대화채널이 사라진 만큼 노조와의 대화 채널이 복구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은행들의 경영 안정화와 노사간 상생을 위해 사용자협의회 부활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노사 합의를 통한 경영방침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노조의 의사가 반영되고 있다. 사진은 허권 금융노조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이 씨티은행 점포통폐합 반대를 위해 개최한 기자간담회와 우리은행의 노사 공동선언의 모습. 사진/금융노조, 우리은행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