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기자] 현대중공업이 상반기 지주사 전환에 나서면서 새 정부의 재벌개혁 예봉을 가까스로 피하게 됐다. 동시에 모처럼만에 조선부문의 수주가 이어지면서 세계 1위의 이름값도 해냈다는 평가다. 반면 업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장기화된 노사갈등 등으로 속내는 그리 편치 못한 모습이다.
17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올 상반기 조선부문에서 모두 73척(42억달러)을 수주했다. 그룹 주력인 조선부문은 올해 수주목표액 75억달러(8조4600억원)의 절반 이상인 56%를 상반기에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 14척(17억달러)을 수주했던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웃도는 성장세다. 이외에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 이달 초 50㎿급 용량의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246억원에 수주하고,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 4월 국내 사모펀드 IMM PE로부터 4000억원대 투자를 받기로 하는 등 그룹 내 개별 사업부문의 실적도 양호하다.
현대중공업 그룹이 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 등 외형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 갈등과 조선업 침에 등 내부적으론 위기감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그룹이 입주한 서울 사옥. 사진/뉴시스
지주사 전환도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1일 현대중공업(조선·해양·엔진), 현대로보틱스(로봇),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등 4사 체제로 인적 분할했다. 조선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4대 핵심사업으로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순환출자 규제 강화에 대응하고,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적도 내재됐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로보틱스는 지난달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리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등 3개사 주주들을 대상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또 현대미포조선은 현대로보틱스 지분 96만540주(7.98%)를 전량 매각하며, 인적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이와 달리 내부적으로는 조선산업 침체 전망과 장기간 지속된 노사갈등 등으로 인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조선부문은 최근 수년간 사상 최악의 수주절벽으로 올 하반기부터 일감이 바닥날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울산조선소 내 도크 2개 가동이 중단됐으며, 이달 초엔 군산조선소마저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임원 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룹은 인적분할 후 올해 상반기 첫 임원 인사를 통해 조선·해양 부문 임원을 10% 감축했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임단협 갈등도 문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13일과 14일 서울에서 전면파업을 벌이며 노사갈등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한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며 각 사업부문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 같은 모양새"라면서도 "조선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고, 노사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내부적으론 위기상황이란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