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19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청문회로 진행됐다. 야3당 의원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제대로 된 로드맵도 없이 졸속 진행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백 후보자와 여당 의원들은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라고 맞섰다.
백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친환경 미래에너지 육성과 탈원전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며 “안전성과 환경에 대한 우려가 있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대신 청정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와 가스 기반의 전력공급을 늘려 맑은 공기와 안전한 사회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의 본격 질의가 시작되자 청문회 분위기는 탈원전 정책 공방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야3당 의원들은 정부의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절차, 전기요금 상승 우려 등을 문제제기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은 “정부는 왜 그리 급하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을 했느냐”며 “문 대통령이 구체적인 전기요금 인상 문제나 발전 비용에 대한 논의 없이 중단 시킨 것 아닌가. 구체적 로드맵 수립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도 “일자리 정책 상황판까지 만든 문 대통령이 3만 명이 일하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급하게 중단 지시했다. 독재적 발상”이라며 “탈석탄을 먼저 하고 탈원전을 하면 되는데 졸속으로 공사 중단을 지시했다”고 일침했다.
정 의원은 “중국이 서해안 인근에 원전 35기를 가동하고 20기를 추가 건설 중인데 우리나라만 원전을 멈춘다고 안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이니 중국과 기술을 공조해 원전을 안전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이철우 의원 역시 “세계의 원전 상황을 보면 미국이 95기로 가장 많다. 영국도 2050년까지 (발전 비율을) 86%로 올린다고 한다”며 “이런 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냐”고 여당의 탈핵논리를 반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세계적인 탈원전 추세에 맞고, 국민 안전과 환경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어기구 의원은 “전반적으로 선진국들은 탈원전을 하고 있고 개발도상국인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이 원전 건설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며 “안전과 환경을 중시하는 쪽으로 시대적 가치가 바뀌고 있다. 원전이 값싸고 안전하면 왜 탈원전을 하자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홍의락 의원은 “일본이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비율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더 짓는 것으로 철학이 바뀌어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지지했다. 이훈 의원도 “미국은 원자력 발전 비중이 현재 20%인데 앞으로 11%까지 줄일 계획이고, 프랑스도 현 비율보다 20% 더 줄이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백 후보자 역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영국 산업청 발표를 보면 짧게는 5년, 길게는 7년 안에 원전이 최고로 값비싼 발전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회적 비용 등 외부 비용을 고려해 원전에 대한 적정 가격을 다시 찾아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백 후보자 병역면제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백 후보자는 1985년 1급 현역판정을 받았으나 미국 유학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했고, 4년 뒤 무릎 관절 수술을 이유로 5급 전시근로역(당시 제2국민역)을 받아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백 후보자가 사고를 당한 시기는 1987년인데 2년이 지난 시점에 수술을 받았고, 그 뒤 재신체검사를 받은 것에 의혹을 제기하며 병역 회피를 위한 시기 조절을 의심했다.
백 후보자는 “1987년 겨울 운전 중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가로수를 들이받는 바람에 오른쪽 무릎 관절을 다쳐 미국에서 수술을 받았다”며 “당시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다리를 절었다. 신성한 병역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은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백운규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