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오는 27·28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업인들과의 간담회가 예정된 가운데, 대화 형식과 주제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진솔한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등 껄끄러운 주제들이 튀어나올 수 있어, 마냥 화기애애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중 법인세 인상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은연 중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새 정부의 공약 수행을 위한 재원마련을 대기업의 일방적 희생을 통해 실현하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조심스럽게나마 제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 대기업을 상대로 ‘초대기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반 대기업 정서를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과세표준 2000억원이 넘는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할 경우 10대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세액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강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증세 필요성을 건의하고 문 대통령이 수용하며 정책이 본 궤도에 이른 증세 카드를 되돌리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불분명한 메시지를 던질 경우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공약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도 힘들어질 수 있다. 실제 추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조세정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스스로 명예를 지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명예과세’라고 부르고 싶다”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중소기업계·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어 온 최저임금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최저임금 상승은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쇄적으로 중간관리직으로의 연봉 인상으로 이어져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기업 중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노조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본급 조정 문제를 놓고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1년 간 시행해보고 속도조절을 해보자고 한만큼 이 과정에서 기업의 입장을 반영해달라는 요청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청와대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은 새 정부 경제담론인 '착한 성장'의 중추를 이루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구조를 기존 대기업·수출 중심에서 가계소득 증대와 내수 활성화를 끌어내는 '소득주도 성장론'도 최저임금 인상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청와대는 이번 간담회 주제를 ‘일자리 창출·상생협력 기업인과의 대화’라고 강조하며, 국정 초기 강조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기조에 대한 재계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사람중심 경제 등 새 정부의 경제철학을 기업인과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 상호 깊이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이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방미 참여 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