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회원 1년 교육·뮤지컬 공연 '피날레'…누적 관객 25만명 돌파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우승주 극단 날으는자동차 단장
재정 자립 성공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인…10개 기업과 협동조합 결성
"2020년까지 전국에 극단 100개 만드는 프로젝트 추진중"

입력 : 2017-07-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재훈기자]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은 6년이다. 이후부터는 스스로 재정을 해결해야 한다. 수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재정 지원이 끝나기 전에 자립을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햇수로 8년차 사회적 기업인 '극단 날으는자동차'는 큰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재정 자립을 이뤄냈다.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으로는 이례적이란 평가다. 극단을 이끄는 우승주 단장은 사익과 공익을 나눠서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사회적기업가로서의 이런 행복을 후배 사회적기업가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는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승주 극단 날으는자동차 단장. 사진제공=극단 날으는자동차
 
"25살 때부터 공연기획자로 5년 동안 활동하며 연극 30편을 무대에 올렸다. 그런데 그런 후에 내게 남은 것은 빚 3억5000만원뿐이었다" 지난 2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산학관에 위치한 극단 날으는자동차 서울사무실에서 만난 우승주 단장은 공연기획자로 치열하게 살았던 자신의 20대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29살 나이에 엄청난 빚더미에 앉은 그는 결국 돈벌이에 뛰어들었다. "지난 김대중 정부 당시 교육부에서 '특기적성교육'이라는 일종의 방과 후 수업 정책을 시행했다. 그때 공연기획자 경험을 살려 아이들에게 뮤지컬 수업을 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문화·예술 수업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폭발하면서 뮤지컬 수업을 원하는 학교가 줄을 이은 것이다. 우 단장은 아예 회사를 설립해 직접 선생님들을 고용해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가장 호황일 때는 소속 선생님이 100명이 넘었고 수업을 나가는 학교가 600곳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특기적성수업을 하다 보니 조금 더 체계적인 연기 수업을 원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극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 단장은 이런 아이들을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지난 2005년에 지금의 극단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잠시 떠났던 문화·예술계에 극단의 단장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우 단장은 지난 2007년 9월 특기적성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극단 운영에만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극단을 운영하며, 특히 어린이 회원들이 극단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학교 매점에 가서 주문 할 때, 종이에 써서 줄 정도로 소심한 아이도 있었다. 1년 동안 극단 커리큘럼을 소화하고 배우로서 무대에 서고 나니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이 친구는 나중에 전교 회장도 했다"
 
현재는 극단 회원이 모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다. 매년 3월 개강하는 1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2월에 뮤지컬 공연을 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대부분 또래 학생들과 그 부모님들이 관객으로 찾아온다. 지금까지 무료 공연을 찾은 누적 관객 수가 25만명에 달한다.
 
"무료 공연을 하는 일이 사회 공헌 활동이라고 인식도 못했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 사회적 기업이란 것을 알게 됐다. 자세히 알아보니 우리 극단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차라리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해서 더 많은 공익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 단장은 2010년 인증을 받고 극단을 사회적 기업으로 재탄생 시켰다.
 
이후 사회 공헌 활동은 더욱 늘었다. 사회 취약계층 아이들을 무료로 극단에 들어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우 단장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 있어서도 충분히 고민하고 섬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뼈저린 실수에서 얻은 교훈이다. "한 사회단체의 요청으로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 아이들만 따로 모아 무료로 극단을 운영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무료'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에게 취약계층이라는 낙인을 찍는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현재 극단 날으는자동차에는 총 8개 반이 있다. 20~30명 정도로 이뤄진 한 반에는 취약계층 아이들이 한두명씩 섞여 있다. 하지만 담당 선생님들조차 어떤 아이가 취약계층 아이인지 모르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터민 학교인 여명학교와 협약을 맺고 새터민 청소년으로 구성된 극단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사회적 기업인 세진플러스의 지적장애인 직원들로 구성된 장애인 극단도 무료로 지도하고 있다.
 
우 단장이 요즘 집중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후배 사회적기업가 양성이다. 특히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기업을 돕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끝나고 나서도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들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다.
 
그는 "날으는자동차를 포함해 10개 사회적 기업이 모여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향후 작은 건물을 하나 매입해 그곳에 모두 함께 입주하는 것이 꿈이다. 또한 2020년까지 전국에 극단 100개를 만드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 기업들이 서로 연대해 공익적 가치를 우리 경제의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우리 극단도 일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극단 날으는자동차의 어린이 공연팀이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극단 날으는자동차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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