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는 27일 오후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불구속기소됐던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정관주 전 문체부 제1차관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고 김소영 전 교육문화수석실 문화체육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해 "피고인은 대통령비서실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가장 정점에서 지시, 실행 계획을 승인, 때로는 이를 독려했다. 하지만 자신은 전혀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고, 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자신은 전혀 가담하지 않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총 6가지 혐의로 이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에 대해 문체부 1급 공무원 사직 관련 직권남용·강요 혐의만 모두 무죄로 인정했을 뿐 한국문화예술위위원회(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관련해서 직권남용·강요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고 문화예술진흥기금(문예기금)·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 관련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에 한해서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봤다.
반면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 대해서 "피고인이 정무수석으로서 있을 때 신 전 비서관과 정 전 차관에게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에 관여하는 것을 지시하거나 이를 보고 받고 승인하는 등 기능적 행위지배를 담당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이후 문화예술계 지원배제의 실상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언론에 보도된 블랙리스트의 의미도 알았음에도 국정감사에서 그 존재를 부인하고 위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 대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일부 유죄를 인정했을 뿐, 문예기금·영진위·출판진흥원 관련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강요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대해 "문체부 업무를 총괄하는 장관으로서 문체부 체육국장이었던 노태강 현 문체부 제2차관을 사직시키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피고인은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문화예술계 지원배제에 관한 계획을 보고, 실행 과정에서 소속 공무원들의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해 지원배제 지시가 예술위 등에 하달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문체부 체육국장이었던 노태강 현 제2차관을 사직하라는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공직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면서 자신이 가담한 행위의 의미를 몰랐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피고인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문체비서관에게 보고받고 승인해 문체부에 하달되도록 했다"고 봤다.
김 전 비서관에 관련해서는 "문체비서관으로 직접 문체부 공무원들에게 청와대의 지침과 지시를 전달하면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 수행의 모든 과정을 지시하고 감독했다. 지원배제 범행에 관여한 정도와 내용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지원배제 범행 과정에서 문체부와 예술위 등의 요청에 따라 제 대상을 축소하고자 많은 노력을 한 점, 수사 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 김 전 수석에게 징역 6년, 김 전 비서관에게 징역 3년, 김 전 장관, 정 전 차관, 신 전 비서관에게 모두 징역 5년 구형했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박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반정부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제외하기 위해 만들어진 9347명에 이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의혹을 받아왔다. 또 지난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문예기금 등 심사에 부당 개입해 19명의 후보자가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에서 배제되도록 한 의혹 등을 받으며 재판에 넘겨졌다.
김기춘(왼쪽부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1심 선고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