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1심 선고가 오는 27일 내려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하고 문체부에 인사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어 향후 법원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는 오는 27일 오후 2시 10분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함께 기소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에 대해서도 선고가 이뤄진다. 총 35회 공판이 열렸고, 청와대와 문체부 등 50여 명의 관계자들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진술했다.
김 전 실장 등의 유무죄 판단에는 블랙리스트 운용 지시를 범죄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김 전 실장은 재판 과정에서 "특정 문화인에 대한 보조금 축소 배제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으며, 이는 정책적 판단으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사권자인 박 전 대통령의 의사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거나 전달했으며, 이는 법률에 나온 비서실장의 권한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 측도 "사회적 논란이 될 수는 있어도 공소를 제기할 만한 일은 아니다"며 "정치적 사안을 무리하게 범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지시사항이 적힌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과 박준우 전 정무수석, 강일원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의 업무수첩의 증거능력도 관건이다. 김 전 민정수석의 수첩에는‘長 국정원에서 팀을 구성해 리스트를 만들어 추적해 처단토록 해야 한다’등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長이 비서실장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재판부는 업무수첩과 관련자들의 법정 진술 등을 토대로 김 전 실장 등의 지시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지난 3일 열림 결심공판에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과 김 전 수석에게 징역 6년, 김 전 비서관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 정 전 차관은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이용복 특검보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핵심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국가를 분열시키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놓으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이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조윤선(왼쪽)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각각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