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이덕수 건산연 선임연구위원 "건설산업인 자긍심 재조명해야"

"건설, 한강의 기적을 견인해온 효자산업"

입력 : 2017-07-31 오전 6:00:00
지난 20일 오전 건설회관 2층에서 개최된 ‘건설 70년, 건설의 날’ 행사에서 한국건설통사 편찬을 기념하는 봉정식이 개최됐다. 대한건설협회가 건설산업 7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 건설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한국건설통사’ 발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한국건설통사는 지금까지 근대 건설산업의 역사를 중심으로 발간됐던 건설역사 서적과는 차별화됐다. 한반도 건설 5000년 역사를 모두 담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6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한국건설통사를 제작하기 위해 10명의 편찬위원과 8명의 자문위원, 35명의 석학이 참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이번 한국건설통사 편찬을 계기로 건설산업의 성과와 과오를 꼼꼼히 살펴보고 미래 건설산업의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무엇보다 한강의 기적을 견인해온 효자 산업으로써의 자부심을 되새기고, 국민경제사적 의미, 사회문화사적 기여도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저력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의미가 크다.
 
30일 한국건설통사의 기획 및 편찬 전반을 총괄해온 이덕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만나 한국건설통사 편찬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 건설산업 발전에 관한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지난 20일 한국건설협회는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한국건설통사'를 편찬하고, 봉정식을 개최했다. 사진/한국건설협회
 
한국건설통사를 발간했는데, 어떤 책인가.
 
올해 건설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건설통사를 편찬하게 됐다. 한국 건설 5000년 역사를 건축, 토목, 국토개발, 플랜트, 해외건설 등의 산업사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총서다.
 
6권으로 총 41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1부는 선사 및 고대, 고려시대, 2부 중세 조선시대, 3부 일제강점기 및 광복, 4부 근대화 및 성장 도약의 시기, 5부 현대사회의 건설과 21세기 새로운 도전, 6부 건설산업의 법제도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건설통사 제작을 위해 10명의 편찬위원과 8인의 자문위원 그리고 35인의 석학들이 참여했다. 최삼규 대한건설협회 명예회장이 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편찬위원으로 김수삼 성균관대 석좌교수, 배병휴 월간 경제풍월 대표, 유걸 아이아크 대표, 이지송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등 많은 분이 참여했다.
 
한국건설통사의 편찬 배경은.
 
올해 대한건설협회 창립 70주년을 기념한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건설교통부 차관을 역임한 최재덕 연구원장에게 통사 편찬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고, 협회가 전폭적으로 지원에 나서면서 3년만에 책이 완성됐다. 사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시작하게 됐지만, 우리 건설산업의 역사를 집대성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에 모든 시간과 힘을 쏟아부었다.
 
한민족 특유의 장인정신과 자연 친화적 과학성을 조명하고, 한강의 기적을 견인해온 효자 산업으로서의 자부심을 재조명하고 싶었다. 여기에 건설산업의 국민경제사적 의미, 사회문화사적 기여도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한 저력을 학술적으로 뒷받침 하려 했다. 무엇보다 건설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이 책을 편찬하게 됐다.
 
이덕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건설통사의 기획 및 편찬 총괄을 맡았다. 사진/김영택 기자
 
건설산업이 평가 절하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내년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월간 ‘건설광장’, ‘건설저널’ 편집장, 산업연구원(KIET)을 거쳐 현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35년을 건설업계에서 몸담은 셈이다. 한국 건설산업은 지난 1960년대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이래 해외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써왔다. 국가경제는 물론 고용 인력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태국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540만 달러에 수주한 지 꼭 50년만인 지난 2015년 6월 누적 수주액은 7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공 신화를 써냈다.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Oil shock)를 극복하는 버팀목이 됐고, 리비아 대수로(Great Manmade River),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이라크 비스마야(Bismayah) 신도시 등 세계 건설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들도 우리 노동자들의 손으로 훌륭하게 수행했다.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데 기본적 요소가 건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일부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는 건설산업이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종사자들을 비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솔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 현실에서 정치 경제 과학 분야 등을 포괄해 국민생활의 기반을 닦아온 건설산업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건설인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거친 호흡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방대한 분량을 3년만에 마치기 쉽지 않을 텐데.
 
한국건설통사 편찬 과정을 지켜보면서 좀 더 일찍 시작해서 보다 여유 있는 작업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3년만에 총 6권 41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편찬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국회·기관·단체·건설기업 등에서 적극적으로 자료협조 등을 해주면서 마침내 우리나라 5000년 건설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됐다.
 
개인으로 보자면 올해 직장 34년째다. 산업연구원에서 11년간 근무했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일이기 때문에 통사를 편찬하는 과정이 힘들거나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년을 앞두고 큰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맡은 부분은 방대한 분량 중 일부분이지만, 지금은 홀가분하다. 레이아웃을 짜고, 자료수집을 하고, 집필에 집중한 건 대략 9개월 정도다. 하루 평균 2~3시간씩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관리를 해왔지만, 이 기간 모든 걸 포기하고 이 일에만 집중했다. 자전거도 타고, 난을 키우면서 여유를 갖고 싶다.
 
한국건설통사 편찬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기억에 남는다는 것보다 고마운 분들인데, 지난 2014년 7월 통사 편찬 작업이 시작됐다. 많은 분이 참여해 열정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근무하는 강현, 김덕문, 배병선, 조상순 등 4명의 연구원은 지난 2016년 9월 발생한 경주 지진 수습의 어려움 속에서도 원고를 집필해 주셨다.
 
또 고구려 및 발해 건설사를 정리해주신 김현숙 박사, 개화기부터 해방 이전까지의 불편했던 건설사를 담담하게 살펴주신 김기수 교수 등 집필에 참여한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특히 이번 통사의 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하신 최삼규 대한건설협회 명예회장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덕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건설통사에 들어갈 내용을 집필 중이다. 사진/건산연
 
정년 퇴직 이후 계획은.
 
국문학도 출신이다. 지난 2001년 무렵 등단을 했지만, 시집이나 수필집을 한 권도 내지 못했다. 퇴직하면 귀향해 난실을 지어 기르고, 시나 시필 등 문학작품을 쓰고 싶다. 취미생활을 영위하면서 인생 2막을 열고 싶다. 현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베란다에 3단 앵글을 짜서 난을 1000분 정도 기르고 있을 만큼 큰 애정을 품고 있다.
 
지난 1988년쯤 집들이할 때 친구가 청자분에 담긴 난을 선물했다. 베란다에 놔뒀는데, 그해 8월 휴가철에 난이 꽃을 피웠다. 낮잠을 자는데 은은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고, 그 향에 빠져 난초에 큰 관심을 끌게 됐다. 29년간 난초를 키우면서 내 삶의 일부가 됐다. 난초 전문 서적을 일본·중국 등지에서 구입해 읽고, 주말이면 지인들과 함께 ‘산채’를 하러 다녔다. 정년 퇴직 이후 소소할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상상에 지금도 설렌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중세 이전의 고전적 건설 행위가 인류 문화를 창조하고, 지탱해온 근본이라면, 산업혁명 이후 건축, 교통, 수자원, 발전, 산업설비 분야 등에서 건설산업이 이룩해온 눈부신 업적은 인간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해온 궤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지난 70년간 한결같이 경제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온 유일무이한 산업이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에너지 및 상하수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초현대적 SOC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다른 산업 성장의 기반이 됐다. ‘모태 산업’인 셈이다. 지난 1970년대 4월부터 1983년 5월까지 13년 동안 걸쳐 진행된 포항종합제철소 건설 공사는 연인원 1711만명의 인력과 연 36만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건설을 마치 ‘삽질’이라는 식으로 비하하고 폄하하는 인식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건설은 서민들의 일터였고, 국가 성장의 원동력과 같은 산업이다. 이번 통사를 통해 건설산업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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