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전적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에서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고 기아차는 올초부터 판매량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사드 배치가 중국 시장 판매량 하락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을 필두로 해외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는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3월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중국내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현대차 중국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급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월에는 5만6026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10만549대)보다 44.3% 하락했다. 4월에는 3만5009대를 팔아 전년 동월(9만6222대) 대비 63.6%까지 떨어졌다. 5월(65.0%)과 6월(63.9%)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월 현대차 중국 판매는 8만17대로 전년 동월(7만5236대)보다 6.4% 증가했고, 2월 판매량은 6만76대로 전년 동월(5만3226대) 대비 12.9% 상승했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만 놓고 보면 사드 보복조치가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시장 7월 판매량은 아직 집계가 안 된 상태다.
다만 최대시장인 G2를 놓고 보면 기아차는 사드 보복 조치 전에도 판매량이 하락하는 등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과 기아차의 미국·중국 시장 판매량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전적으로 사드 배치 때문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도 중국 보다는 덜하지만 고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미국 시장에서 5만4063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7만5003대)보다 27.9% 하락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 5월(15.5%)과 6월(19.3%)에 이어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판매량 하락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중국과 비슷하게 3월부터 빠지기 시작했다. 1월 판매량은 4만6507대로 전년 동월(4만5011대) 대비 3.3% 증가했고, 2월 판매량은 5만3020대로 전년 동월(5만3009대)과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기아차의 중국과 미국 시장 판매량 추이를 보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기아차는 사드 배치가 결정되기 전부터 이미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하락했고, 똑같이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량 하락을 기록했다. 실제 기아차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한 달도 예외 없이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월별 판매량이 전년 동월과 비교해 모두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기아차가 중국과 미국 등에 신차를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현대차의 중국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x25’는 가격이 11만99800위안(약 1990만원)부터 시작한다. 기아차의 소형 SUV KX3도 가격이 11만6800위안(약 1950만원)부터 시작한다. 반면 중국 내에서 인기가 많은 창청자동차의 SUV 브랜드인 ‘하발’의 소형 SUV ‘H1’은 6만8900위안(1146만원)으로 ix25의 절반 가격이다.
아울러 중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 가격은 22만4800~28만9800위안(약 3740만~4820만원)이고, 기아차의 동급 KX7도 17만9800~27만6800위안(약 3001만원~4718만원)이다. 반면 동급의 하발 'H6'의 가격은 11만8800~14만6800위안(1970만~2440만원)으로 현대·기아차보다 최소 1000만원 이상 싸다. H6는 중국 시장에서 SUV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시장에서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동풍자동차의 중형 SUV 'X5'의 가격은 2.0 엔진 최고 사양이 10만8900위안(약 1820만원)에 불과하다. 동풍자동차는 15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자체 브랜드 차량 생산은 물론 푸조, 시트로엥, 르노, 닛산, 인피니티, 기아차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유럽과 일본, 한국 브랜드 차량을 연간 400만대 가깝게 생산하는 업체다.
중국은 합작사만이 자국 내에 공장을 세울 수 있다. 이는 중국이 기술 이전 등을 염두에 둔 정책이다. 사실상 글로벌 선도기업의 자동차 생산 기술력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시장에 진출한 중국의 중형 SUV 메이커가 인지도가 떨어짐에도 완판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AS망까지 확보된 자국에선 더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근 중국 SUV를 수입해 예약 판매한다는 등의 마케팅을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이들이 합작사를 통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광고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현대·기아차가 경쟁에서 중국 토종 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더 욱 치밀하고 다변화 된 전략을 구사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단 중국 발 사드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등 다른 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내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며 “가격이나 품질 등에서 현대차그룹의 전체적인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과 신차 투입 시기를 앞당기는 방법 등으로 시장 상황을 타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 사진/뉴시스
장성자동차의 HAVAL H1. 사진/장성자동차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