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9월 정기국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의 ‘세금전쟁’이 본격 시작됐다. 세금문제는 휘발성이 매우 강한 이슈로, 여론의 향방에 따라 지지율 고공행진중인 문재인정부를 한순간에 끌어내리거나 더욱 높이 띄울 수도 있는 뜨거운 감자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일 초대기업·초고소득층 증세를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부자감세’를 정상화하고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세 정책을 재설계했다는 설명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소득세 과표 5억원 초과구간에 적용되는 명목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2%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3억~5억원 구간을 신설해 40%의 세율을 부과한다. 또 법인세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돼 기존 22%에서 3%포인트 높아진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고 제도가 안정화되면 연간 5조5000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연간 6조2700억원 가량 세부담이 늘지만,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8200억원 정도 감소한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세제개편안이 국가경제와 재정운용의 기본원리를 무시한 것은 물론 정치적 계산에 의한 무리한 증세방안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신 담뱃값·유류세 인하 등 소위 ‘서민감세’로 맞불작전에 나섰다. 홍준표 대표의 측근 윤한홍 의원은 지난달 26일 ‘담뱃세 인하 법안’을 발의했다. 담뱃값을 현재 4500원에서 2500원으로 2000원 내리되 2년마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윤 의원은 1일에도 중형 이하 차량의 유류세를 현재 수준에서 50% 인하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당은 담뱃세 인하로 연간 5조원, 유류세 인하로 연간 7조2000억원의 국민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감세로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을 올려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휘발성 강한 세금이슈로 ‘증세 대 감세’ 프레임을 구축해 민심을 확보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담뱃세 인상은 한국당이 여당이었던 박근혜정부 때 ‘국민건강’을 이유로 강행한 것이라 자가당착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고단수의 ‘문재인정부 흔들기’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여당이 무작정 반대하기 어려운 서민감세를 명분으로 새 정부의 국정스케줄을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앞서 지난달 19일 정부는 국정기획자문위가 마련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은 2018~2022년 국정과제 실현에 소요될 재원을 178조원으로 제시했고, 이중 세수 자연증가분(60조5000억원)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당의 감세주장이 수용될 경우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추진할 원동력부터 훼손되는 셈이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추경호 기획재정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가 정부의 세제개편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비판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