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가 3일 이명박정부 당시 국정원이 3500여명의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해 여론조작에 나섰다고 밝힌 가운데 정치권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일벌백계를 촉구했고,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정치보복은 안 된다”고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4일 논평을 내고 “국정원 적폐청산 TF 13개 의제 중 한 부분의 일부 내용만 드러난 것으로, 빙산의 일각임에도 매우 경천동지할 내용”이라며 “국정원법을 위반해 가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민심을 호도한 내용이 드러난 만큼 국정원은 진실규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강훈식 원내대변인도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익을 위해 복무하는 국정원이 ‘정권의 시녀’로 활약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가정보의 중추기관을 악용한 사실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명백한 국정원법(제9조 정치관여 금지) 위반이고,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속하고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법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국정원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되돌리는 길이다. 법에 따른 검찰 수사를 정쟁으로 몰고 가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보수야당의 정치공세를 경계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여론 조작사건의 몸통은 이명박 청와대인 셈이다. 실로 경악할 만한 일”이라며 “결국 반정부 여론에 족쇄를 채우고, 민심을 조작하기 위해 이명박 청와대가 지시하고 국정원이 행동대장으로 나선 것이다. 이는 명백히 국정원의 탈법적인 정치개입이자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하의 국정원의 임무가 ‘국내정치개입과 선거조작을 위한 헌신’이었는지 묻는다. 이명박 청와대와 원 전 국정원장은 진실로 부끄럽지 않은가”라며 “선거여론조작에 혈안이 되었던 국정원의 용서할 수 없는 위법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꼭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지만 공작을 수행한 주체는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이라며 “국정원을 매개로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어떤 밀약이 오갔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기관을 동원한 국기문란 범죄를 저지르려면 그만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숨겨야하는 치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해서 보상받을 때이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진상을 모조리 밝히고 관련자들과 그 배후를 모두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명박정부 시절 집권여당 한나라당이었던 보수야당은 공식반응은 자제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다만 국정원 발표 의도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안보를 매개로 반격을 시도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은 TF팀을 만들어 적폐청산에 힘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북한 김정은의 ICBM, SLBM을 막는, 핵도발 막는 것에 대해 동맹인 미국과 정보를 교환하고 공조해 나가는 일에 전념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안보를 강조했다.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거(적폐청산 TF)보다 중요한 건 안보문제, 특히 대북문제”라며 “이게(적폐청산 TF)가 전면에 나오고 중요한 게(대북문제) 뒤로 가고 하면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 그걸(국정원 댓글부대) 정무적·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고 문제가 있으면 문제 있는대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효상 대변인도 “정부 여당이 안보 문제에 대해 난맥상을 보이니 오히려 시선을 돌리려는 물타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일과시간에 정상적으로 발표해야지 어제 밤 9시인가 (발표하는 것은) 너무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과시간에 할 수도 있는데 너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라며 “정부 발표 신뢰를 오히려 떨어뜨린 것 아니냐. 잘못한 건 분명히 처벌 받아야 하지만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전지명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한 수사가 촉구돼야 한다”면서도 “사건 실체는 철저하게 밝혀져야 하겠지만 정치적 보복이란 의구심이 들게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한편 당사자격인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는 “아무런 입장이 없고 먼저 사실관계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7월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예방, 이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