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047040)이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실적개선에 나선 대우건설이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의 SOC(사회간접자본)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7일 스페인의 설계·조달·시공(EPC) 업체인 테크니카스레우니다스(TR)와 컨소시엄 형태로 총 3조1000억원 규모의 두쿰 정유시설 공사(1번 패키지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번 두쿰 정유시설 공사는 테크니카스레우니다스가 65%, 대우건설이 35%의 지분으로 참여한다. 또 공사기간은 47개월이며, 대우건설은 약 1조800억원 규모의 공사 수주액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우건설이 수주한 두쿰 정유설비는 오만 국영석유공사와 쿠웨이트 국제석유공사가 합작한 DRPIC(Duqm Refinery & Petrochemical Industries Company LLC)가 발주한 사업이다. 이 정유설비는 하루 23만 배럴 규모를 생산할 수 있다. 완공 시 오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정유공장이 된다.
대우건설은 지난 1999년 오만 방파제 공사를 시작으로 지난 2011년 두쿰 수리조선소, 2015년 오만 2000MW급 발전소를 수주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공한 바 있다. 그러면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대우건설이 최근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는 건 국내 주택사업 부문의 호황이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주택경기가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입주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택지공급도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건설사들의 위기의식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분양물량은 51만6000가구, 2016년 45만4000가구를 기록했다. 이들 아파트가 완공되고 입주가 다가오고 있다. 당장 올해와 내년 입주물량은 총 78만5000가구에 달한다. 예년 평균 29만 가구와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 국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정부의 SOC 예산 축소 등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중동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신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특히 매각 이슈로 실적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대우건설은 주택 사업부문뿐 아니라 해외 인프라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롯데건설, KDB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과 함께 라오스 인프라 개발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물류 중심지인 라오스를 교두보로 인접국인 태국과 베트남 등으로 전력 공급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로 인해 중동지역 발주 물량이 축소된 상황에서 초대형 공사를 수주하게 돼 의미가 더 크다”면서 “오만 두쿰 프로젝트는 당사의 오만 수행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사업여건 및 리스크 검증을 거친 수익성이 기대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입찰 진행 중인 두쿰 발전소·담수화 시설 공사나 발주 예정인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사업 등 수익성이 확보되는 양질의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이날 공시를 통해 오만 두쿰 정유설비 공사(2번 패키지 공사)에 대한 수주통지서(ITA)를 접수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영국의 EPC사인 페트로팩과 지분 50%대 50%로 참여했고, 수주액은 약 2조2560억원 규모다.
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오만 두쿰 정유설비 1, 2번 패키지 공사를 각각 수주했다. 사진/삼성엔지니어링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