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8조원 규모 '허셉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두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최초 출시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9월 유럽식약청(EMA)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SB3'의 시판 허가를 접수했다. 한달 뒤 셀트리온도 동일 성분 '허쥬마'의 유럽 허가를 신청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허셉틴은 유방암과 전이성 위암 치료제다. 유럽에선 2조5000억원 정도가 팔리고 있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양강구도다. 유럽식약청 승인 심사는 보통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올해 말 시판 승인을 획득해, 내년 상반기 현지 발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보다 1년 먼저 앞서 유럽 허가를 신청한 바이오콘-밀란이 생산 공정 문제로 승인을 거부 당하면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퍼스트 무버(최초 출시)'로 떠올랐다. 엘러간-암젠이 올해 3월 유럽에 허가를 신청해 뒤따르고 있다. 화이자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3조5000억원 규모 미국 허셉틴 시장은 2019년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바이오콘-밀란이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셀트리온, 엘러간-암젠이 올해 7월 동일 성분으로 허가를 신청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허가 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특허를 깨고 조기 출시를 위해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나란히 유럽과 미국에서 동일 성분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며 라이벌 관계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양사의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사가 경쟁하는 바이오신약은 '휴미라(18조원)', '엔브렐(10조원)', '레미케이드(9조원)', '리툭산(8조원)', 허셉틴(8조원)', '아바스틴(7조원)' 등이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셀트리온이 선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후발주자로 진출해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셀트리온 램시마가 최초 상용화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미국 판매명: 렌플렉시스)'를 발매했다. 시장 독점 판매 효과로 램시마의 유럽 매출액은 지난해 6200억원으로 알려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지난해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전세계 최초로 유럽 허가를 받았다. 증권가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 '베네팔리'가 올해 유럽에서 400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툭산,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신약의 연이은 특허만료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맞붙게 된다"며 "양사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내 제약산업의 저변 확대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로스트 앤 설리반에 따르면 바이오신약의 특허만료로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15년 27억달러(약 3조원)에서 2020년 304억달러(약 34조원), 2025년 663억달러(약 75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