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880여개 자동차부품 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9일 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며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 국회, 법원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여기에 한국자동차산업학회와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등도 힘을 보탰다.
협동조합은 이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지금의 자동차산업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관계 기관들에 지원을 호소하기로 긴급 결의했다. 협동조합은 호소문에서 최근 생산·수출 실적 등을 근거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 실태를 소개했다.
호소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5년보다 7.2% 줄고 인도에 밀려 세계 6위로 내려앉았다. 10년 넘게 독일, 일본에 이어 3위를 지켰던 수출도 올해 들어 멕시코에 3위 자리를 내줬다. 이에 완성차 매출액의 절반에 가까운 부품을 생산·납품하는 중소 협력부품업체 또한 매출액 감소, 가동률 저하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기아차의 통상 임금 판결과 관련해 유동성 위기도 우려했다. 이들은 "당장 기아차가 8월 중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3조원 이상의 우발적 채무 발생으로 추가 차입을 고려할만큼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겪을 것"이라며 "부품 협력업체 대금결제 등 현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쳐 중소 부품 협력업체는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금 제도에서 상여금을 운영하는 다수 중소 부품업체들 역시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노사 소송 분쟁과 추가 인건비 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완성차사의 임금수준이 중소 부품업체 평균임금의 2배가 넘는 상황 속에서 협력부품업체 근로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며 “이로 말미암은 노사관계 악화가 우려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중소 부품업체와 자동차 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계(도금, 열처리, 주물, 단조, 금형, 사출 등)의 생산 차질, 인건비 증가 등으로 큰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자동차산업은 한 나라의 경제력과 기술 수준을 대표하는 동시에 부품 및 소재산업 등 연관 산업에의 파급효과는 물론이고 고용유발 효과도 매우 크다”며 “이에 자동차부품산업계는 정부, 국회, 법원이 우리 자동차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문제 등의 사안에 대하여 신중한 정책결정을 내려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회협동조합 전무가 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 회의실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