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발표에 보험주가 휘청였다. 장기적으로 실손보험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악재라는 지적이 제기된 영향이 작용했다.
10일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정부의 건강보험 확대 정책이 시행되면 실손보험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중장기 보장률 목표를 80%로 제시한 만큼 민간보험 필요성이 떨어질 것이란 것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면 그만큼 실손보험의 보장 영역이 줄어들기 때문에 굳이 비싼 보험료를 내면서 질병에 대비할 유인이 떨어진다"면서 "결국 실손보험의 존재 목적이 사라져 상품 자체가 소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 공·사보험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보험사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정부가 내비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지가 뚜렷하기 때문에 보험사에게는 단기 호재보다 성장성 등 장기 악재 요인이 더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급여 진료 축소에 따른 손해율 하락이 결국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거란 점에서도 보험사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6월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이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이번 건강보험 확대를 계기로 보험료 인하가 불가피할 거라는 전망이다.
장 연구원은 "이번 정부 정책의 목적이 사상 최대 이익을 갱신한 손보사의 추가 이익 개선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손해율 개선은 보험료 인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와 업계의 협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지만 정부는 즉각적인 요율 인하를 요구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정책은 단기적으로 보험사에 긍정적일 거라는 분석도 있다. 보험업계의 숙원인 비급여의 급여화가 실현되면 보험료 지급이 줄어들어 실손보험 손해율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삼성화재를 제외한 주요 손해보험사는 작년 말 기준 130% 이상의 높은 실손보험 손해율을 기록했다"면서 "필요 이상의 비급여 의료비가 발생했기 때문인데, 건강보험이 확대되면 실손보험 보장범위가 줄어들고 비급여 증가가 억제될 것으로 예상돼 손해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정부 정책을 계기로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과거 손해율 관리에 실패했던 회사들 중심으로 손해율 개선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발표에 보험사들 피해 우려가 부각되면서 보험주가 동반 하락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서울 성모병원에서 관련 대책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