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 기자]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이 국내 지주사 전환 이슈와 유럽 진출 등 국내외 중요 사안을 직접챙기는 광포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15일 정보통신(IT)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전날 공정위를 직접 방문해 지배구조 등 현안과 관련된 궁금증을 질문하는 등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의 이 같은 행보는 기존의 재벌기업에선 찾아보기 힘든 행보이지만 네이버 내부에선 새롭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의장님이 경영에 직접 참여할 당시에도 특정행사 등에 방문할 때 의전없이 직접 행사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고, 현업을 직접 챙길 때 통상의 기업처럼 임직원을 대동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며 "형식과 격식 등을 따지지 않고 움직여 직원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이 전 의장은 이날 오후 2시쯤 네이버 측 관계자 3명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법무자문관실을 찾았다. 네이버 인사들은 지배구조와 관련된 내용을 일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측은 "우리는 순환출자도 없고 독특한 지배구조다", "카카오와는 (구조가) 다르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치권이나 언론 등에서 최근 네이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 사진/네이버
이 전 의장이 공정위를 직접 찾아 지배구조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이버는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지주사로 전환하면 이 전 의장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신사업 확장 동력도 얻게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4.6% 불과하고 최대주주는 국민연금(10.76%)이다.
이 전 의장이 지배구조가 아닌 다른 문제로 공정위를 찾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네이버는 최근 인터넷 검색서비스에서의 시장지배력을 이용, 자사 쇼핑서비스에 특혜를 부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당 내에서도 “인터넷시장에서 네이버의 인터넷 뉴스 이용 점유율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요건을 충족한다”, “네이버가 자사의 위치를 이용해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이 전 의장은 평소 자신의 관심사에 있어서는 저돌적이고 단호한 측면을 보여줬다. 네이버 경영에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 걸려 있어 직접 공정위를 찾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이 전 의장은 최근 유럽을 직접 돌아다니며 네이버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6월8일 프랑스 현지법인 '네이버 프랑스 SAS'를 설립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제록스리서치센터 인수에 이어 '스테이션F'에 스타트업 육성공간을 마련하는 등 최근 진행 중인 유럽 사업을 위해 지난 6월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직 현지법인을 이끌 경영진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네이버와 자회사 라인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육성센터 '스테이션F'내에 '스페이스 그린'이라는 스타트업 육성공간을 마련한 바 있다.
신설된 유럽법인 '네이버 프랑스 SAS'는 유럽 내 연구개발 활동과 더불어 '스페이스 그린'의 업무를 돕는 등 역할을 할 예정이다. 실제 네이버의 창업주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은 프랑스 등 유럽 현지에 머물며 현지 스타트업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더불어 프랑스의 전 문화부 장관으로 네이버·라인과 공동 펀드 구성에 참여하고 있는 플뢰르 펠르랑(Fluer Pellerin) 코렐리아 캐피탈 대표와도 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라인과 함께 올초 플뢰르 펠르랑(Fluer Pellerin) 전 프랑스 장관이 이끄는 코렐리아 캐피탈 'K-펀드 1'에 출자하고, 프랑스의 하이엔드 음향기술 기업인 드비알레에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