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자동차노조' 코앞의 이익만 볼 것인가

입력 : 2017-08-18 오전 6:00:00
최용민 산업2부 기자.
“입사 이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도 겪어 봤지만, 지금처럼 위기감을 느껴본 적은 없다. 그때는 열심히 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상황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국내 완성차 업체 한 임원이 걱정스런 얼굴로 내뱉은 말이다. 자동차 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이 발언이 단순한 엄살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급격하게 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차세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미래에 대응하지 못하면 사라질 수 있다. 최근 미국의 대표 자동차 업체들이 임원을 경질 시키는 등 인적 물적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많은 투자와 준비를 했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도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으로 한국의 대표 자동차업체는 글로벌 순위경쟁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파업과 매년 인상되는 인건비 부담은 이제 그리 큰 이슈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사실 노조 파업과 인건비 상승은 그 괘를 같이한다. 노조는 파업을 통해 매년 인건비를 상승시켜 왔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위기는 인건비로 인해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해 보인다. 저가차량의 경우 중국차에 추월 당하고, 고가 프리미엄 차량의 경우 독일 등 전통의 브랜드에 밀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인건비 문제와 관련해 ‘통상임금’이라는 또 다른 ‘시한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법원은 기아차의 통상임금 관련 1심 판결을 당초 17일로 잡았지만, 원고명단 오류 정리 작업을 이유로 오는 31일로 선고를 미룬 상태다. 업계에서는 워낙 민감한 이슈라 법원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은 다른 산업 분야까지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향후 다른 기업들의 통상임금 관련 법정 다툼의 판례가 될 수 있다.
 
현재 자동차 업계 악재 대부분이 인건비 문제라는 점에서 먼저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인건비는 총 94조2616억원으로 매출액(1607조6518억원) 대비 5.9%를 차지했다. 이 중 현대차와 기아차의 인건비 비중은 각각 15.2%와 10.3%로 나타났다. 한국지엠까지 포함하면 완성차 3사의 평균 인건비 비중은 13%가 된다. 전체 기업 평균보다 2배가 넘는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 임금체계는 근로자 생산성과 무관하게 연차에 따라 자동 인상되는 구조다. 
 
과도한 인건비 부담은 투자 여력 축소로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2.7%였다. 다른 글로벌 업체가 매출액 대비 5%에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것과 비교된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9952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2.1%로 전년 대비 1%(101억원)가 감소한 수치다. 기아차도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전년대비 734억원(약 9.3%) 줄어든 7066억원을 투자했다.
 
자동차 업계의 위기는 실적과 판매량 등을 통해 수치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가 매출액 대비 과도한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을 요구하며 파업을 준비하는 노조는 정확한 수치를 보고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쌍용차가 부도날 당시 수 많은 사람들이 일터를 잃어버렸다. 다시 살아나기까지 아직도 갈길이 멀다. 그 사이 겪었을 고통이 상상된다.
지금 상황이 회사만의 위기인가. 특히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하면 각자 일정액의 돈은 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일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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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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