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시즌이 다가오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채용 규모가 확대된다는 소식에 예년의 좌절은 기대로 바뀌었다. 상반기만 해도 꽁꽁 얼어붙었던 채용시장에 봄 기운이 완연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기업들은 올 상반기 신규 채용을 꺼렸고, 경영 악화를 이유로 아예 채용을 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일자리 역시 정국의 불안정으로 크게 움츠러들었다.

 

공교롭게도 상반기 기업들의 실적은 좋았다. 올 상반기 30대그룹의 영업이익은 총 53조12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급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 업황 호조에 기업들의 수익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일자리는 줄었다. 30대그룹의 고용은 총 96만3580명에 그치며, 1년 전에 비해 0.4% 감소했다. 기업들의 주머니는 채워졌으나, 일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고용 없는 성장'을 했다.

 

하반기 채용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언제, 얼마나 뽑느냐'다.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기업들 역시 일자리 확대를 약속한 상태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다. 지난달 말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이 가진 호프 회동을 계기로,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포스코는 매해 1000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다가 올해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매해 500명씩 더 뽑기로 했다. 채용시장의 큰 손인 삼성도 지난달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간담회 직후 하반기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소득주도 성장'은 일자리를 기반으로 한다. 일자리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이를 다시 성장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가계의 실질소득을 강조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우선 '노동의 몫'을 늘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메커니즘 작동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 기업들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하반기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고용 있는 성장’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