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국민에게 권한 주자는 게 지방분권…헌법상 명시해야"

“광역·기초자치단체는 권력과 국민의 중간자…대통령에게도 책무 규정을”

입력 : 2017-08-22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은평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경제적으로 볼 때 으뜸가는 자치구는 아닐 수 있지만, 사회적 관점에서는 으뜸을 다툴 수 있다. 올해로 7년차를 맞는 은평구 주민참여예산제는 전국 최초로 참여예산 주민총회와 모바일 투표를 하는 등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한 사례로 호평을 받고 있다. 
전국 지자체 예산효율화 발표대회 대통령상, 대한민국 미래경영대상 지방자치부문 대상, UN 공공행정 부분 본선 진출, 은평형 란츠게마인데 청소년 총회 개최 등 주민참여 분야에서 다른 구를 압도한다. 또 새 정부에서 각광받는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도 일찌감치 앞장서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사회적경제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들이 은평구에서 탄생했으며,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김정숙 여사는 지난달 은평구 구산동에서 천연재료로 비누와 화장품을 생산하는 사회적기업 ‘야누하우스’를 방문해 작업장을 살펴보고 노동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렇게 민선 5기와 6기 은평구의 수장을 맡아 새로운 길을 개척한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사무총장 등을 맡아 영향력을 넓혀 나가고 있다. 김 구청장을 만나 민선 5기와 6기의 행보, 그리고 그가 말하는 분권에 대해 들어봤다.
  
-지방분권을 포함한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심지어 이전 대통령조차도 분권에 대한 이런 저런 정치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 중심의 상명하달 관료문화 속에서 분권은 아래로 내려올수록 왜곡되고 있다. 사실상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답을 만들어놓고 맞는 사람을 찾는 ‘무늬만 분권’이 대부분이었다. 
무늬만 분권이라도 하면 다행인데 재정부담, 복지비, 기초연금, 보육비 등 의무는 더 많이 주면서 권리는 뺐는 그런 식의 행태들이 민선 5기와 6기에 아주 강했다. 상당히 힘들었고, 지방정부라면 중앙정부와 함께 가는 동반자라 생각해야 하는데 관리대상으로 생각을 하고, 정치적으로 말 안 듣고 자율성이 강하다 싶은 곳은 억누르고, 예스맨에게는 당근을 줘서 자기편으로 만드는 이분법적, 블랙리스트적 접근방식을 박근혜·이명박 정부가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보육비 문제다. 누리과정을 교육감들과 중앙정부의 갈등으로만 알지만, 서울시와 교육청의 예산 배분 과정에서 한 몸과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자치구에 줄 돈도 없는데 누리과정을 더 많이 분담한다면 이중압력이 되는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의전 중시, 대통령 이의제기 금지 등의 자기검열을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중앙정부에 대한 기대를 포기했고, 민선 5기와 6기에서 올라온 기초 지방정부끼리 서로 협업하고 연대해 이를 돌파해 갔다.
 
-그렇다면 ’분권’이란 어떠한 개념인가.
 
문재인 정부가 연방제 수준의 강한 지방분권을 하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분권은 우리 국정의 원리로서 가장 생산적이고 가장 지속가능하고 가장 위험을 회피하는데 효율성이 높다. 
분권이 중앙집권보다 훨씬 효율성이 높다. 배를 하나 만들 때도 물이 다 차지 않도록 칸을 나누는데, 예전 개발도상 시절에는 선택과 집중, 자원의 배분 관점에서 중앙집권이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매우 비생산적이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현장을 모르기 때문에 엉뚱한 데 돈을 쓰거나 낭비하며, 막상 사건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하는 시간과 능력도 떨어진다. 분권을 하면 위험부담을 회피하고 분담할 수 있기 때문에 복잡성 사회에서는 안전에 대한 대비를 잘할 수 있다. 
분권을 했을 때 해당 지자체의 자율성에 기초한 지방 경제여건이나 일자리라던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직접 구상하는 지방분권은 어떤 모습인가.
 
현재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운영 중인데 국회에서 분권을 얘기할 때 내각제나 의원집정부제 등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와 어떻게 나누느냐의 수준이다. 결국 분권이라는 건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 중간 과정에 광역이나 기초가 있을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골목과 마을에 사는 주민들에게 자기들이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여질지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아래로 내려 보내는 것으로 마을민주주의나 마을총회, 마을계획 등으로 구현되고 있다. 
헌법상에는 분명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 뒤에 자치분권 공화국이다, 대통령은 자치분권 제도를 마련하고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라는 권한과 책임을 규정하고 하위 법안을 통해 분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꿀까.
 
분권이란 말이 지방자치란 말에 비해 아직은 입에 잘 안 붙는 측면이 있다.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많이 알아갈 것이라 본다.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라는 말도 아직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로 얼마나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는가를 봐야 한다. 분권이란 말도 개헌 안에 분권을 넣음으로써 분권이 우리 삶의 구성원리라는 것을 주민들이 널리 아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치라는 것은 항상 상향식이거나 항상 하향식이 아니라 ‘줄탁동시’라는 말처럼 어미 닭은 위에서 알을 깨고자 하고, 병아리는 알 속에서 깨고자 할 때 이뤄진다. 
이미 우리는 민주주의가 잘 훈련돼 있다. 지난 겨울 촛불혁명을 보면 우리는 엄청난 지혜를 갖고 있다. 
촛불 현장 곳곳이 분권이 이뤄진 사회다. 누군가 리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전경차를 흔들면 대중들이 자연스레 의사를 모아 비폭력을 외치고 특이한 폭력적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아예 무리에서 제했다. 그것이 이미 시민의식이 분권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를 갖췄다고 본다. 
다만 분권이라는 명칭과 제도에 대한 생소함이 있을 뿐 다양한 시민항쟁을 통해 민주의식이 싹 터 있기 때문에 위임과 자율이라는 원칙에 맡기면 자연스럽게 흘러갈 일이다.
 
-주요 추진과제인 주민참여제, 결실 있었나.
 
주민 참여라고 한다면 양적인 측면에선 확실히 효과를 확인했다. 
주민참여예산제에 주민 10명 중 1명이 모바일투표나 현장투표로 참여해 우리 예산에 반영했다. 
분야별 청소년이나 노인 등에도 상당히 성숙됐다. 외부적으로 각종 시상 평가도 하나의 실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참여하는 주민들의 만족도와 행복도는 직접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이 된다. 그 속에서 마을활동가, 마을주민들의 자발적 대표자의 수준이 단순한 의사표현 뿐만 아니라 마을주민들간의 민주적인 토론을 이끌 수 있는 민주시민 단계까지 성장했다. 
이전에는 행정에다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민원성 부탁을 하는 수동적 입장이었다. 관청은 선택권을 갖고 쥐락펴락하고 주민들은 사정하고 사정이 안 먹히면 소란피우는 악순환이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우리는 상당부분 극복되고 있다. 주민이 주도하고 제안하면 가장 주민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임기가 1년 남았다. 구정 역점을 어디에 두겠는가.
 
모두가 일하면서 더 사회관계망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수색역을 공공개발해서 대형공연장이나 광장축제 같은 살아 숨쉬는 문화공간을 수색역 광장에 만들고 싶다. 
북한산 쪽에는 북한산을 연간 800만명이 찾는데 한옥마을이나 역사문화특구에 더 많은 역사문화자료와 놀이거리들을 만들어 산을 오가는 사람들이 자연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싶다. 
곳곳에 10분 안에 갈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마을 일자리로 마을 활동가를 양성해 경력단절여성들이 지금도 많이 배출하지만 더 많은 공공일자리를 만들고 싶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사진/은평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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