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요란한 휴대전화 벨 소리가 고요했던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 안을 가득 채운다. 당황한 방청객이 서둘러 전화기를 만지지만, 이미 진지했던 공간에 '찬물'을 끼얹은 상태다. 22일 오후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 공판 도중에만 두 차례 나온 풍경이다.
박 전 대통령 공판은 지난 5월23일을 시작으로 23일까지 총 57회가 치러졌다. 매주 4회 집중적으로 심리한 까닭에 이제 주제도 삼성그룹 관련 뇌물죄 공방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넘어갔다. 방청권까지 교부할 정도로 방청객이 몰렸던 공판 초기와 달리 이제는 제법 빈자리도 많이 보일 정도다.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바로 법정 안 소란 행위다. 휴대전화 벨 소리는 재판 초기부터 문제가 됐었다. 공판이 가장 큰 대법정에서 열리긴 하지만, 밀폐된 공간인 만큼 유난히 소리가 크게 들려 심리에 큰 방해가 됐다. 법정 경위들이 "휴대전화 벨 소리를 끄거나 진동으로 해달라"고 사전에 매번 공지하고 재판장까지 계속 "방청객 여러분들은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정숙을 유지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휴대전화 벨 소리를 넘어 판사와 검사에게 소리치거나 준비한 문구를 소리 내 읽는 등 도를 넘어선 행동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40대 남성 이모씨가 21일 "사기 탄핵, 기획 탄핵"이라고 준비해온 원고를 큰 소리로 읽다가 구치소에 갇히는 감치 10일 처분을 받았고 17일에는 50대 남성 곽모씨가 "전부 총살하겠다"이라고 말해 감치 5일에 처해졌다. 10일에는 60대 방청객 박모씨가 "변호사님 질문사항이 있다. 판사님 질문사항이 있다"며 소리치다가 과태료 50만원 처분이 내려졌다. 대부분 재판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들이었다. 사법부를 향한 도전으로 비치는 행위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재판은 전례 없는 전직 대통령과 '비선 실세' 의혹을 낳고 있는 인물, 대기업 간 뇌물죄 등을 다루고 있다. 혹자는 역사적 비극이라 평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엄격하고 공정하게 심리가 진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재판부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있어 더는 방해 요소가 나와서는 안 된다. 사법부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비판받아야 한다. 재판에 의도를 집어넣으려 하는 행동 자체에 의도가 담긴 꼴이다. 재판은 재판일 뿐이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