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골판지 원단과 상자 제조사들이 생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반년 만에 또다시 원재료인 원지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더이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골판지 시장이 수직계열의 먹이사슬 구조로 재편되면서 최상위 포식자인 원지사들은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대양제지는 이날 이들이 거래하는 판지사에 15% 가량의 원지 가격인상안을 통보했다. 이로써 지난 23일 태림포장그룹 내 원지사인 태림페이퍼와 월산페이퍼에 이어 대양그룹까지 가세하며 가격인상은 현실화됐다. 올 2월에 이어 반년 만에 또다시 가격인상이 이뤄진 셈이다. 특히 이번 가격인상은 6년만에 최고치다. 지난 1년 사이 3번의 가격인상이 이뤄지며 원지값은 70~80%, 원단값은 100% 가량이 올랐다.
이들은 원지의 원재료인 폐지가격이 오를때마다 원지가격에 이를 연동시켜왔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인 상자가격의 연동은 지연시키거나 배제하면서 최종거래처에 싼값에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판지사와 상자제조사(지함소)의 경영난을 가중시켜왔다.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골판지 시장 규모는 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2.9% 성장한 수치다. 시장 호황에 따라 판지사들도 수익이 늘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1990년대 160여곳에 달했던 판지사는 2000년 115곳으로 줄었으며, 지난해 기준 95곳만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중소형판지사는 물론 대형판지사도 버틸 힘이 줄고 있다. 상위그룹의 6개사 평균영업이익률은 지난 2012년 5.6%에서 지난해 2%대로 주저앉았다. 그나마 대형판지사이기 때문에 수익을 보존하고 있을 뿐 중소형판지사는 모두 적자의 늪을 허덕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전문판지사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사이 일괄기업은 시장을 장악해왔고, 이들의 시장점유율이 2006년 50.2%에서 올해 70%까지 올라섰다. 반면 원지사가 없는 전문판지사들의 점유율은 같은기간 49.8%에서 30%대로 쪼그라들었다.
3대째 사업을 이어 오고있는 중소형판지사 대표는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지난 40년간 가장 어려운 때를 보내고 있다"며 "인건비 부담에 직원도 줄일 만큼 줄였다. 남은 것은 폐업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판지업계는 더이상 이들이 손쓸수 없는 불공정한 시장구조를 정부 차원에서 점검하고 개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