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재용 징역 5년…"정치·자본 권력 부도덕한 밀착"(종합)

정유라 승마지원 및 영재센터 뇌물공여 인정

입력 : 2017-08-25 오후 5:11:43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원이 경영권 승계 청탁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해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25일 이 부회장 등 5명의 삼성 임원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 부회장에게 실형과 함께 추징금 37억6736여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다. 우리 국민은 최고 권력자의 권력이 국민 전체 이익을 위해 행사되기를 기대한다. 또 대기업이 건전한 활동으로 국가 경제에 힘쓰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기대한다"며 "최순실 국정농단의 단초가 된 이번 사건은 국민에게 대통령의 청렴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했고 삼성의 도덕성에 불신을 갖게 했다. 우리 사회 정경유착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국민의 상실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피고인들은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의 임원들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승마지원·영재센터 지원은 뇌물"
 
이날 재판부는 가장 큰 쟁점이었던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관련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명목으로 실제 건넨 78억원 중 72억9427만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코어스포츠를 설립한 최씨에게 지원하기로 약속한 213억원에 대한 뇌물 공여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에 대해서는 지원금 16억2800만원 전액을 유죄로 봤다. 승마 지원에서의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공모관계를 인정했고 삼성 측 피고인들이 승마 지원 이전에 최씨와 정씨를 인지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재센터 지원에서도 이 부회장 등이 관여했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최씨와 공모에 따른 정씨 개인에 대한 승마 지원 요구임을 알고 있었던 점, 큰 금액의 용역대금과 마필을 최씨가 지배하는 코어스포츠 또는 최씨에게 귀속한 점, 최씨에 대한 이익 제공이 은밀하게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해볼 때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영재센터 지원 부분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 등은 영재센터에 후원금을 지원한 경위 등에 비추어 위 피고인들은 영재센터가 정상적인 비영리·공익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대통령의 지원 요구가 지원 대상, 규모, 방식을 매우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해 볼때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삼성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 인식"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인식했고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지시로 만들어진 합병 관련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정부 내에서도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확보 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대통령은 광범위한 권한 승계 작업에 관해서 관심을 가졌을 것으로 보여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문제를 인식할 수 있었고 이 부회장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204억원을 출연한 뇌물 공여 부분은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서는 "피고인들이 출연금의 출연 일정, 규모 등에 관해 적극적·능동적으로 응하는 의사결정을 했다고 볼 수 없는 점, 재단에 대한 설립 및 출연 과정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주도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강압적인 측면이 있었던 점, 대통령의 재단 지원 요구는 구체성, 직접성 면에서 승마 지원이나 영재센터 지원과는 차이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은 뇌물 아니야"
 
또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관련해서 특검이 주장하는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 등 합병을 위해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의견을 이끌어냈다는 등 개별 청탁 여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의 추진 사실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를 보면 지분 취득을 위한 현금 출연 없이도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주력계열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피고인 이재용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피고인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 루트가 합쳐지고 짧아지고 제일모직의 강제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가 사실상 종국적으로 해소된다"고 지적했다.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혐의 관련해서는 승마 지원 관련해 77억9735만원 중 64억6295만원이 유죄로 인정됐고 영재센터는 16억2800만원 모두가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미르·K스포츠재단 부분은 이 부분에서도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회사의 이사 등이 업무상의 임무를 위배해 보관 중인 회사의 자금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면 그 이사 등은 회사에 대해 업무상횡령죄의 죄책을 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재산국외도피 혐의 일부 유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재산국외도피) 혐의 관련해서는 허위의 지급신청서를 통한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 송금 부분은 유죄로 본 반면, 허위의 예금거래신고서를 통한 삼성전자 명의 독일 계좌 송금 부분은 무죄가 선고됐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관련해서는 일부 유죄 인정했고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판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항소심에서 상식에 부합하는 합당한 중형이 선고되고 일부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 잡힐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은 "법리판단과 사실 모두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즉시 항소할 것이고 상고심에서는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 반드시 무죄 판결을 받겠다. 유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검 "끝까지 최선", 삼성 "도저히 수긍 못해"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일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최 전 실장, 장 전 차장, 박 전 사장, 황 전 전무는 모두 징역 10년이 구형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12일 특검에 소환된 뒤 두 차례 구속영장 심사를 거쳐 2월17일 구속됐다. 이후 뇌물공여·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로 지난 2월28일 구속기소되며 재판에 넘겨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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