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징역 5년'에 삼성 허탈…“머릿속 지웠던 악몽 현실로”

비상경영 초장기국면에 돌입…'정경유착 기업'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

입력 : 2017-08-25 오후 4:42:5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삼성이 애써 지웠던 악몽이 현실이 됐다. 선고 막판까지 무죄를 바라며 머릿속에서 유죄 가정을 밀어냈었다. 결국 6개월여 법정 공방의 대장정 끝에 삼성은 특검에 패했다. 허탈과 충격에 빠진 것도 잠시, 첩첩이 쌓인 경영 현안 등 판결에 따른 후폭풍과 상급심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준비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7일 자정 구속 만기를 앞뒀던 이 부회장은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삼성은 상급심까지 치열한 법정 공방을 이어나가게 됐다.
 
이날 가슴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던 삼성 임직원들은 선고 후 침통함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 관계자는 “성심껏 소명했지만 최악의 결과”라며 법원 판결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다소 격앙된 심경을 표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뭐라 말하기 힘든 참담한 심경”이라며 “안타깝지만 항소심에서 최선을 다해 무죄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 공백에 따른 삼성의 비상경영은 장기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 사장단 인사 지연 등 경영시계가 멈춘 지 오래다. 2월17일부터 이 부회장이 구속된 기간은 이날까지 190일이 흘렀다. 선고를 앞두고 삼성은 최악의 수에 대한 고려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유죄판결 시 구체적인 대책 마련 등이 없었다. 삼성 경영진들은 뒤늦게 비상경영체제 및 미래 대안 등에 대한 고심에 들어갔다. 삼성 관계자는 “모든 논의를 선고 뒤로 미뤘었다”며 “이제부터 고민해 볼 문제”라고 전했다.
 
최태원 회장의 구속 당시 SK그룹과 비교해 보면 삼성의 고민은 깊어진다. 최 회장이 2013년 1월31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1심에서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될 때 SK그룹은 그나마 대안이 있었다. 그해 초 이미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시행해 의사결정시스템을 정비해둔 터였다. 김창근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경영일선에 나서 비상경영체제를 책임졌다.
 
이에 비해 삼성은 지난 2월28일 미래전략실이 해체됐고 그룹 수뇌부가 이번에 함께 법정구속되거나 앞선 인사를 통해 퇴진했다. 삼성 관계자는 “굵직한 투자 건에 대한 판단은 현장을 직접 살피고 숙고하며 굉장히 많은 정보를 기초로 이뤄져야 한다”며 “단순 보고만으로 (이 부회장의)판단을 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뇌물공여죄에 대한 유죄 판결로 삼성은 정경유착 기업이란 오명 등 이미지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앞서 특검은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의 본체이자 정경유착 근절의 본보기가 될 사건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상급심에서도 유죄가 확정되면 해외 투자자 등 추가 소송에 걸릴 수도 있다.
 
재계에선 향후 삼성의 경영권이나 후계구도 변화 등의 전망도 슬며시 고개를 든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지주회사 미전환 그룹이고 금산분리, 순환출자 등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며 “엘리엇 등 헤지펀드 여러 곳이 뭉쳐 이 부회장의 유죄를 빌미로 배당확대 등 경영 간섭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전실도 없는 상태에서 이 부회장이 5년이나 수감되면 이부진, 이서현 등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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