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목이 말라야 우물을 팔 것인가

입력 : 2017-08-31 오전 6:00:00
29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주차에 대한 국가표준(KS)을 제정했다. 자율주행차의 주차 공간은 일반 차량보다 2㎡를 줄어든 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일반 차량에 비해 주차 면적이 적게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주차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타고 내리는 만큼의 면적을 줄일 수 있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주차 기준이 제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자율주행차가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자율주행차, 무인차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자율주행차의 도로주행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일본의 야노 경제연구소는 2020년이 되면 스스로 주차를 할 수 있거나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12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한국은 점점 빨라지는 기술 개발 속도에 비해 관련 법규나 규제는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사고를 대비해야 하고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법과 규제의 준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앞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율주행차량이 아닌 운전자가 있는 보통의 경우라면 당연히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 하지만 운전을 하지 않고 '탑승'만 하고 있었다면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율주행차를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운전면허 측면에서는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을 실질적인 운전자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차량의 소유주가 아닌 실제 운전을 했던 AI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AI에게 운전면허를 부여하는 것은 지금의 법과 제도에서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교통국은 우버가 자율주행차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우버의 자율주행 기술이 주 정부의 안전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업 중단을 명령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공포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에 따라 전국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주행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자율주행차는 4차 산업혁명에서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자체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법과 제도, 그리고 안전 규제에 대한 대처도 마련해야 한다. 목이 마르다는 것을 느낀 뒤 우물을 파다가는 갈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
 
 
 
정치경제부 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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