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사의를 밝히면서 누가 신임 이사장이 될 지에 대해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달 17일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메일에서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며, 이제 저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떠나려 한다”면서 “다만 거래소 이사장 직책이 우리 자본시장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인 점을 감안해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이사장께서 선임될 때까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 이사장이 표현한 대로 거래소 이사장이라는 직책은 국내 자본시장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낙하산 인사’로 인해 논란이 이어져왔다.
우선 작년 10월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한 정 이사장부터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대표적인 친박으로 거론됐으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재직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KEB 하나은행 인사개입 혐의에 공모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의 취임 당시 업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기를 1년 정도 앞두고 거래소 이사장에 친박 인사를 알박기했다”면서 “임기가 3년이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2년 정도 임기가 남아있어 쫓아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치밀한 계산이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최경수 전 이사장도 낙하산 인사로 지목되면서 거래소 노조는 한동안 천막농성을 진행하면서 그의 출근을 저지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다음달 말 신임 이사장을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후보군으로는 내부 출신으로 김재준 코스닥시장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을 비롯해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홍종학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코스피는 수년간의 박스권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요 국정운영 기조 중 하나로 적폐 청산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낙하산의 놀이터가 된 거래소 이사장 직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가 적폐 청산 실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금융공기업 인사에서는 다소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인선이 지체된다’, ‘전문가 풀이 좁은 것 같다’, ‘자본시장 분야에 대한 관심이 타 분야에 비해 낮은 것 같다’ 등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같은 지적을 불식시키고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성과 개혁 의지를 갖춘 인물이 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돼야 한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