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마지막 단계로 여겨졌던 상표권 사용계약 협상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사용계약 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박 회장의 시간 끌기 '카드'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전날 오전 산업은행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계약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앞서 금호산업측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계약서를 전달했고 이에 대한 수용 여부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상표권 사용조건을 두고 긴 시간 공방을 벌여온 양측은 지난달 말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의 요구조건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마무리 수순을 밟는 듯 했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제시했던 사용기간 20년, 사용요율 0.5% 조건을 수용했고 더블스타와 박 회장의 사용요율 차이인 0.3% 차액, 약 2700억원을 보전해주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회신에서 금호산업이 채권단의 제시안에 일부 조항을 추가하면서 채권단과 금호산업의 갈등 심화는 물론 장기화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제시한 수정안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는 한편 더블스타와의 가격 협상을 위해 중국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의 경영상황 악화를 이유로 매각가격을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인하해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의 매각가 인하 요구를 잠정 합의하고 이에 대한 계약조건 조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수정안 제시가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 협상권이 부활할 경우를 대비해 시간을 벌기 위함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의 매각가 인하를 받아들이면 기존 더블스타와의 주식매매계약(SPA) 변경은 물론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살아난다. 채권단이 인수대금 마련을 위한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되찾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금호타이어 노조와 전·현직 임원 등 해외매각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는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장협의회는 정기총회를 통해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시장논리를 내세워 중국 기업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금호타이어의 가치와 의미를 시장논리로만 판단해서는 안되며 지역경제 악화와 청년들의 미래기회를 박탈하는 해외매각은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정기회에서 박원순(앞줄 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서울시장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의회의장, 협의회 사무처장들이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 중단 결의문을 채택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금호타이어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