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국내 브랜드 침구업계가 3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이브자리의 성장세가 정체된 틈을 타 알레르망(이덕아이앤씨)과 세사리빙(웰크론)이 급성장하며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이들은 각자 차별화된 브랜딩을 통해 침구업계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침구 시장규모는 6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지속된 내수침체 등으로 최근 3년간 시장규모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위 업체들의 점유율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알레르망과 세사리빙이 최근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며 이브자리와 함께 업계 선두그룹 대열에 합류하면서 지난해 매출액 기준 빅3의 점유율은 40%까지 높아졌다.
알레르망은 지난 2014년 474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2015년 781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액 1007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 사이 두 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루며 단숨에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같은 초고속 성장의 배경에는 고급화 브랜딩 전략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부터 톱배우 김태희를 전속모델로 발탁해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당시 연 매출액 130억원대의 중소기업이 톱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았다. 회사의 전략은 적중했다. '김태희 이불'이라는 인식을 대중에 자연스럽게 각인시킨 것이다. 이는 고가 정책과 맞물려 단기간에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세사리빙의 성장세도 이에 못지않다. 세사리빙은 섬유전문기업인 웰크론이 운영하는 침구 브랜드다. 지난해 웰크론의 침구사업 부문 매출액은 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다양한 첨단 섬유소재뿐 아니라 방탄복, 산업용 필터, 인공혈관 등을 제조하는 가공기술력이 이 회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웰크론 관계자는 "침구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는 소재"라며 "첨단소재 가공기술 노하우를 원사 단계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적용해 침구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브자리는 성장세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지난 2011년부터 950억원 내외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성장 정체에 빠졌다. 다행히 지난 2014년 론칭한 개인 맞춤형 수면 컨설팅 브랜드 슬립앤슬립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41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브자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076억원으로 가까스로 업계 1위 자리를 사수했다. 이브자리 관계자는 "인구감소 등으로 결혼이 준데다 혼수·예단도 간소화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매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개인별 수면 컨설팅과 함께 기능성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두권 브랜드 침구 업체들 간의 품질 차이는 거의 없다"며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계 특성상 소비자에게 어떤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느냐가 주도권 싸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