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한국 조선이 3개월 만에 중국을 제치고 월별 수주 1위를 탈환했다. 반면 일감을 뜻하는 수주잔량에서는 한·중·일 3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5일 영국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51만4104CGT(33척)으로, 전달(157만2725CGT, 44척)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중 한국 조선업계는 13만4742CGT(9척)를 수주했다. 같은 기간 중국과 일본은 각각 10만7248CGT(7척)와 4만689CGT(2척) 수주에 그쳤다. 한국이 월별 수주 1위를 차지한 건 지난 5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지난달 한국 조선업계가 13만4742CGT를 수주하며, 10만7248CGT를 수주한 중국을 제치고 월별 수주량 1위 자리를 3개월 만에 되찾았다. 사진/삼성중공업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수주량은 중국이 앞섰다. 1272만9802CGT(489척) 가운데, 중국이 가장 많은 421만9289CGT(195척)를 수주했다. 점유율은 33.1%다. 한국은 347만6799CGT(104척, 27.3%), 일본은 108만5138CGT(58척, 8.5%)로 집계됐다. 한국의 누적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108만2144CGT 대비 3배 이상 상승했다. 다만,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상승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2015년 8월 누적수주량은 807만4577CGT로, 지난해에는 평균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
수주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일감도 메말라가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잔량은 지난달 말 기준 1609만9832CGT(374척)다. 중국(2583만4054CGT·1352척)은 물론 일본(1612만1428CGT·620척)보다 일감이 적다.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잔량은 올 1월말 기준 2000만CGT 선이 깨졌고, 이후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일감 부족은 도크 중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전체 도크 11개 가운데 3개의 가동을 중단했다. 계열사 현대미포조선도 지난달 4개 중 1개 도크를 연말까지 중단키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8개 도크 가운데 2개의 가동을 중단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전체 7개 중 2개를 매각했다. 조선 3사는 하반기 추가 도크 운영 중단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가 늘지 않으면서 일감이 줄어드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조선 빅3 모두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한국 조선의 현주소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