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정부가 해운·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선박 신조 프로그램(이하 펀드)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현대상선은 펀드를 이용해 선박을 발주했다.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조선업계로서는 가뭄에 단 비가 된다. 정부 지원책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해운·조선산업의 선순환 상생구조가 마련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5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중 하나로 24억달러(2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이에 지난달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등 관련 금융기관들이 펀드 조성을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펀드 자금 가운데 선순위 60%는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해 마련한다. 보증은 무역보험공사가 제공한다. 후순위 40%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캠코 등이 참여해 조성한다. 한국선박해양이 해운사를 대신해 펀드 자금을 이용, 선박을 조선소에 발주한다. 펀드 조성에 참여한 금융기관은 해운사가 낸 용선료를 통해 수익을 보전한다.
국적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이 펀드를 처음으로 활용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4일 4700억원 규모의 30만DW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5척을 발주했다.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받을 예정이다. 현대상선이 동급 선박 5척을 추가로 발주할 수 있는 내용의 옵션도 포함돼 조선업계의 기대감이 크다.
지난 4일 현대상선은 정부의 선박 펀드를 활용해 47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5척을 발주했다. 사진/현대상선
펀드가 본격 가동하면서 해운업계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5월말 현대중공업에 32만DWT급 초대형 광탄운반선(VLOC) 3척을 발주한 폴라리스쉬핑도 펀드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정부의 펀드 활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계속된 수주 불황에 일감이 줄어들고 있는 조선업계도 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조선업계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수주량이 348만CGT(표준환산톤수, 104척)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수주량 225만CGT(73척)은 이미 넘어섰지만, 2015년 수주량 1098만CGT(294척)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펀드를 통한 첫 발주 테이프를 끊으면서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4일 현대상선과의 VLCC 계약식에서 "선박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번 계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번 계약이 회사 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부 선사들이 정부 펀드를 활용해 선박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운사 경쟁력의 근원인 선박 확보가 이전보다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