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업계는 2020년을 국내 해운산업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2020년은 현대상선이 글로벌 얼라이언스 2M과 맺은 전략적 협력 관계가 종료되는 시점이다. 현대상선이 이 시기까지 글로벌 해운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선대를 확장하느냐가 관건이다. '해양강국 재건'이, 불행하지만 현대상선에 달렸다.
30일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달 기준 머스크의 선복량은 354만TEU다. MSC가 309만TEU의 선복량으로 뒤를 쫓는다. 두 곳은 해운동맹 2M을 결성, 글로벌 해운시장의 31.1%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해 4월 2M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오는 2020년 3월까지 3년간 한시적이지만 선복 교환과 매입을 할 수 있다.
업계는 2M과 현대상선의 관계가 2020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확장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특히, 머스크·MSC와 달리 현대상선의 선복량이 현재 38만TEU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2M이 10년의 계약을 맺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상선은 기한이 만료됐을 때 재계약이나 연장이 어려울 수 있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인수·합병과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발주잔량 등을 고려하면 현대상선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글로벌 선사들의 선복량은 2~3년 동안 최대 404만TEU 확대될 계획이다. 반면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 발주가 아직 없는 탓에 당분간은 38만TEU 선복량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2020년 3월 2M이 전략적 제휴 관계를 끊을 경우 현대상선은 새로운 해운동맹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며 "현대상선의 현재 선복량으로는 타 해운동맹 가입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그전까지 선복량을 60만~100만TEU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사들과 유사한 수준의 선복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현대상선은 독소조항을 안고 해운동맹에 참여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해운동맹에 참여하지 못해 현대상선 단독으로 유럽이나 미주 등이 주요 항로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30일 국회의원 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진해운 사태 1주년, 법적재정과 도약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 회장을 좌장으로 1부 토론회에서는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선원, 항만, 선사 등 각 분야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일각에서는 현대상선과 신규 원양선사 SM상선(5만TEU)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진해운 파산 직전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당시 국적 1, 2위 선사였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방안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상선과 정부의 공적자금이 없는 SM상선과의 합병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정부의 지원책이 현대상선 선복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출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예상 출범은 내년 상반기다. 다만 통상 선박 건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에는 현대상선이 컨테이너 선박을 발주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역시 앞당겨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김춘선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초빙교수는 "해운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원양선사 육성이 필요한 만큼 현대상선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며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국적 선사를 위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파산 때 상실한 국내외 화주와의 신뢰관계 회복도 시급해 보인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현대상선이 100만TEU 선복량을 확대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지만, 한진해운과 같이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융과 정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