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정부의 부동산 8.2 대책에도 서울 강남 재건축 열기는 식을줄 모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강남 재건축 물건을 수주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수주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의 경우 수주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지역 랜드마크로 건설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향후 다른 정비사업지 입찰에 포트폴리오로 유리한 조건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하반기 강남권 재건축 수주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서 시공사 선정 예정인 주요 재건축 단지는 총 14곳으로 공사비만, 7조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재건축 최대어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수주하기 위해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맞붙었다. 공사비는 2조6411억원으로 올해 하반기 공사비 중 최대 규모다. 조합은 오는 28일 총회를 개최하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의 반포주공1단지 수주는 향후 강남권 주택시장의 주도권 경쟁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잠원동 한신4지구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공사비 9354억원으로 다음달 12일 시공사가 최종 결정된다. 방배동 방배5구역은 앞서 3차례 유찰 후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한 상황이다. 공사비는 7492억원으로 오는 9일 시공사가 선정된다.
이외에도 반포동 신반포13차(롯데건설vs효성), 신반포14차(롯데건설vs동부건설), 신반포15차(대우건설vs롯데건설), 잠실동 미성 크로바(GS건설vs롯데건설), 문정동 136일대 재건축(GS건설vs대림산업) 등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예정인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 자료/유진투자증권
대형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 올인하는 건 국내 주택부문이 규제에 막혀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해외 사업부문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위기감이 엄습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국내 대형 건설사 빅5의 해외 수주액은 6조8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조5114억원에 비해 42.0% 감소한 수치다. 또 올초 해외 신규수주 목표치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내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2부동산 후속 대책이 지난 5일 발표되면서 재건축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규제 강화로 재건축 사업속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부터 신규공급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에 뛰어들어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강남권 재건축 사업의 경우 도급공사보다 사업성이 높고, 분양 리스크도 작아 건설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 시장은 현대건설과 GS건설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건설은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 개포주공3단지 디에이치 아너힐즈(1160가구), 상록8단지(1680가구), 일원대우(110가구), 가든맨션3차(424가구) 등의 재건축을 수주한 상태다. GS건설 역시 개포주공4단지(2841가구), 상록8단지(1680가구, 현대건설 공동시행), 방배경남(450가구), 무지개(1074가구), 반포한양(456가구) 등을 수주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강남권 재건축 수주는 핵심사업”이라면서 “건설사들이 재건축 수주경쟁에 사활을 걸고,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