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중소기업이 혁신적 아이디어로 기회를 잡아서 히든챔피언(각 분야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강소기업)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윤의준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지난 8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중소기업 기술혁신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대응’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중소·벤처기업이 4차 산업혁명에서 혁신의 주체가 돼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기술혁신이 기업의 성과로 이어져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국의 강점은 여전히 제조업에 있다. 주력산업인 제조업을 혁신해야 한다”며 “고용창출 확대를 위해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분야 중소기업 육성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건복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최고임원(이사)은 4차 산업혁명에서 중소기업의 강점으로 ▲고객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 이해 ▲기술과 비즈니스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처리 경험 보유 ▲기존 IP에 가치를 추가한 솔루션 제공가능을 꼽았다. 이 이사는 “4차 산업혁명의 근본 방향은 더 많은 고객 확보, 제품 혁신. 직원 능력강화, 운영의 최적화”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 4차 산업혁명 전반에 걸친 쓴 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제조업 혁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토마스 그리즈(Thomas Gries) 독일 아헨공대 교수는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은 너무 IT만 강조한다”며 “IT는 도구일 뿐이다. 자신의 사업 자체를 이해하고 강점을 파악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재창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리즈 교수는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 구조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의준 교수는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한 중소기업으로 등록된 곳이 3만6000개인데, 석사급 연구원이 있는 곳은 절반이 안 된다는 통계가 있다”면서 “R&D 한다는 간판만 걸린 중소기업 연구소가 많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가 판단을 거쳐 실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선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많은 연구자들은 다음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필요에 의해) 특허를 얻으려고 한다. 전문가 평가를 잘 신뢰하지 않는 문화가 양적 평가에 의존하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정성적인 평가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장인 박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은 대부분 1990년대 창립됐는데, 기술·경영 모두 취약한 면이 있다”며 “(기술 선진국을) 많이 따라온 거 같아도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런 기업들의 경쟁력을 올리는 쪽으로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포럼에서 논의된 중소기업 혁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정책 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다.
제1회 중소기업 기술혁신 포럼이 지난 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 여섯번재부터 최철안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김병관 국회의원,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토마스 그리즈 독일 아헨공대 교수. 사진제공=중기부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