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교폭력 축소에도 교장 승진…한진 '족벌사학' 폐해

교육청 "자격 여부 엄격히 판단하겠다"…시민사회 "조양호 일가 물러나야"

입력 : 2017-09-12 오전 10:46:22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진그룹 학교법인이 학교폭력 축소 및 은폐 비리가 적발된 교감을 최근 교장으로 승진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석인하학원이 또 다시 학교 운영의 ‘인사전횡’ 문제에 휘말리게 됐다.
 
12일 교육청 등에 따르면 정석인하학원은 학교폭력 축소 및 은폐 비리가 적발된 인하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이하 인하사대부고) 현직 교감을 지난 1일 차기 교장으로 내정했다. 내달 1일자로 교장 취임을 승인해 달라고 교육청에 신청한 상태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이 제시한 서류상으로는 결격사유가 없어 보이지만 자격이 되는지 엄격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사대부고는 수 건의 학교폭력 문제를 내부 선도위원회 차원에서 해결하며 축소·은폐를 시도한 사실이 지난 7월 교육청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12조2항에 따르면 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및 징계를 심의해야 한다. 또 13조2항에 따라 자치위원회는 분기별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하고, 위원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 받거나 보고 받은 경우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그러나 인하사대부고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운영하면서 2014학년도 1·3분기에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으며, 2014~2016학년도까지 학생 및 교사로부터 금품 갈취 또는 상습폭행 등 수차례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 받고도 자치위원회에서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고 학생선도위원회에서 매듭지었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결과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 않았다. 교육청 감사관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교감을 비롯해 전임 교장, 관련 교사 등에 대한 경고 및 주의 조치를 학교 측에 요구했다. 그럼에도 학교법인은 해당 교감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반면 숭의초등학교는 최근 학교폭력 축소 및 은폐로 물의를 빚자 교육청 요구를 받아들여 교장, 교감, 생활지도부장, 담임교사 등 4명을 직위해제했다.
 
정석인하학원은 학교 운영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으로 시민단체 등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최근 인하대 신임교수 17명 임용 건을 뚜렷한 이유 없이 반대하고, 이기우 전 인하대 교학부 부총장 사퇴 배경에도 진보시민단체 경력을 문제 삼았다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은 조양호 회장이며,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이사진이다. 법인 이사와 부이사장, 학교운영 실무진 다수도 대한항공 등 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정석인하학원의 이 같은 ‘족벌경영’을 비판하며 이사진에서 총수일가가 물러날 것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또 정석인하학원의 한진해운 투자손실 130억원 관련해서도 조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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