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KAI)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하성용 전 사장이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하 전 사장은 이날 오전 9시17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분식회계, 채용 비리 등 혐의를 인정하냐고 묻는 취재진에 "성실하게 답변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하 전 사장은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KAI가 비리의 온상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면 성실하게 답변 드리겠다"고 대답하면서도 어떤 오해냐는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정치권으로 비자금이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하 전 사장을 상대로 부품 원가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 개발비 편취 등 전반적인 경영상 비리를 조사할 방침이다. 하 전 사장은 비자금을 조성해 연임을 위한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 전 사장은 수사가 시작되자 7월20일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설명하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KAI 구매본부장 공모씨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사문서위변조·방위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해 부품 원가 부풀리기 등에 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씨는 방위사업청에 고등훈련기 T-50 부품 원가를 100억원대 높게 책정해 납품하고, 부품 견적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하는 등 방법으로 10여명을 부정하게 입사시키는 등 업무방해·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KAI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8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검찰은 부정 채용자 건수와 뇌물공여 범행 건수를 추가해 18일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일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하는 등 배임수재 혐의로 KAI 전 본부장 윤모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달 4일 영장심사 결과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 도망과 증거인멸의 가능성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31일 KAI 거래업체 D사 대표이사 황모씨를 외부감사법 위반·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황씨는 2011년 94억원, 2012년 127억원, 2013년 168억원, 2014년 174억원, 2015년 98억원 등 총 661억원 상당의 허위 매출액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혐의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