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완전파괴’ 발언과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한 원론적 수준의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뉴욕 현지에서 ‘트럼프 대통령 유엔연설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제사회와 유엔이 당면한 평화와 안전 유지와 관련한 주요 문제에 대해 확고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변인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하여 북핵 및 북한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며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북한 관련 연설은 한미 양국정상이 그간 누차 밝힌바 있듯이 북한의 엄중한 핵 미사일 도발에 대해 최대한도의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만이 미래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긴밀한 공조와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뉴욕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강조해온 최고의 제재와 압박에 군사적 옵션도 함께 있다는 평소 발언을 다시 한 원론적 수준”이라면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가지고 있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가 있지만,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준비 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지만, 이것(북한의 완전파괴)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호칭하며 “로켓맨이 자신과 정권에 대한 자살임무(a suicide mission)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비핵화만이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미래란 점을 인식해야할 때”라고 압박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일부 언론이 제기한 ‘한미 양국이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에 합의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자 메시지에서 “한·미 핵추진 잠수함 보유 합의 기사는 사실과 다르며 지금까지 양국 간에 어떠한 형태의 합의도 이뤄진 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실무협의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해 ‘물밑 접촉설’에도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핵잠수함 도입 의지를 밝혔고, 송영무 국방장관도 미국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만나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잠수함 전력에 대응하는 차원에는 디젤 잠수함 추가 확충으로 충분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핵잠 도입은 비효율적이며, 핵잠 도입이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의 경계와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욕=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