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은행원이 손쉽게 고객 카드 사용내역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은행은 물론 금융당국의 감독까지 허술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10일 시중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직원들은 창구 단말기를 통해 은행 카드 고객에 대해 카드사용일시, 액수는 물론 어떤 가맹점에서 사용했는지까지 알 수 있다. 고객이 직접 은행을 방문해 주민등록증을 제출하지 않아도, 이름 혹은 전화번호 하나만 알고 있으면 조회가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원래 고객 개인정보 열람이 금지돼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은행 단말기로 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보는 게 어렵지 않다"고 실토했다.
은행직원들의 고객 개인정보 열람이 공공연한 비밀이 된 것은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
한 관계자는 "고객이 찾아와 자기 정보가 몇 차례 누구한테 열람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본점에서 별 다른 경고 조치가 없으면 걸리지 않는다"며 "학생증을 만들때 대부분 대학 은행지점에서 만들기 때문에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도 알 수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 얼마전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의 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 해보니 나이트 같은 데를 간 것 같더라"며 "더 이상 안 만나기로 했다"고 말해 은행 직원들의 고객 정보 열람이 심각한 수준에 와있음을 방증했다.
은행권이 고객 카드사용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영업과 마케팅.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어떤 가맹점에서 카드를 자주 사용했는지 파악해 이에 맞춘 마케팅 활동을 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업과 개인적인 호기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솔직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인정했다.
감독당국의 관리도 허술하다. 상시적인 관리시스템이 돼있지 않을 뿐 아니라 실태 파악도 돼있지 못한 상황.
금감원 은행총괄서비스국 관계자는 "이런 자료(카드사용내역)를 CIF(Customer Information File)이라고 하는데 영업, 마케팅 부서에 한해 권한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드 사용내역과 같은 개인정보 열람이 비일비재한다면 은행 검사 과정에서 처벌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 개인정보 열람이 얼마나 이뤄줬는지 확인하려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금융 거래 조회 정보'를 요구하면 된다. 필요 이상으로 조회가 많이 됐다고 판단되면 은행 측에 항의하거나 법적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