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다음달 초 추석 연휴 기간 원세훈 전 원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28일 "민병주 전 단장의 구속 연장 만기가 연휴 내 있으므로 기한 내 기소할 것"이라며 "민 전 단장을 기소할 때 원세훈 전 원장을 국고손실 혐의 공범으로 의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6일 원 전 원장을 상대로 민 전 단장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 등 혐의에 관한 공모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민 전 단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원 전 원장 등과 함께 민간인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불법 선거운동, 정치관여 등 대가로 국가 예산 수십억원을 지급해 횡령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19일 민 전 단장을 구속해 조사 중이며, 다음달 8일까지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원 전 원장은 민간인 외곽팀을 비롯해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퇴출 문건, 박원순 서울시장과 좌파 등록금 문건, 공영방송 장악 문건 등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이에 검찰은 원 전 원장을 몇 차례 더 소환해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조사 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법리를 검토한 후 별도 범죄라고 판단하면 계속해서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21일 피의자로 조사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도 추가로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국정원의 공영방송 장악 문건과 관련해 오는 29일 오전 10시 한학수 MBC PD를 참고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한 PD는 MBC의 대표 시사 프로그램 'PD 수첩'을 담당하면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의혹을 밝혀내기도 했지만, 2014년 10월 MBC가 교양제작국을 폐지하면서 비제작부서 발령을 받았다. 이에 한 PD 등 9명의 PD와 기자는 MBC를 상대로 전보발령 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에 이어 지난 4월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앞서 검찰은 26일 최승호 전 PD와 이우환 PD, 정재홍 작가, 27일 김환균 PD를 조사하는 등 전·현직 MBC PD와 작가를 연이어 소환하고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2010년 3월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란 문건을 작성하는 등 2011년 8월까지 방송 담당 수집관 활동을 벌였다. 이러한 사실은 국정원이 14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른바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검찰은 연휴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불러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26일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 27일 추명호 전 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박 시장은 19일 이들을 포함해 총 11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으며, 검찰은 25일 이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도 14일 원 전 원장 등을 국가정보원법(정치관여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원 전 원장 등은 지난 2011년 11월 박 시장을 종북 인물로 규정한 후 보수단체 규탄 집회, 비판 성명 광고, 인터넷 글 게시 등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도록 지시하고, 2011년 5월 야권의 반값 등록금 주장을 비판하는 온·오프라인 활동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22일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박 시장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국내 정치공작을 진두지휘한 의혹을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