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안을 발표했지만 제약·바이오업계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산업 육성 의도에는 공감하면서도 절대적인 투자 규모가 적고 부처별 산발적인 정책 양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7일 생명공학종합정책심위회를 열어 '제3차 생명공학육성 기본계획(2017~2026)'을 심의·의결했다.
2026년까지 매출 1조원 규모 블록버스터 국산신약을 5개 창출한다는 게 목표다. 신규 벤처는 1250개, 기술특례상장기업은 30개, 글로벌 기업 4개를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에 10년간 5000억원을 투입한다. 또 해외진출을 위해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 해외투자자 들이 참여하는 1조원 규모 신약 메가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생명공학육성안이 발표되자 업계에선 제도 취지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과도한 목표 설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투자금이 1개 신약 개발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10년간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매해 500억원이라는 계산이다. 1조원 규모 메가펀드도 절대 규모가 적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투자금 5000억원과 메가펀드 1조원이 신규 벤처 1250개에 고스란히 투자된다면 1개 업체당 12억원을 지원받게 되는 셈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신약 분야 R&D 투자비용은 정부가 6688억원이며, 민간이 1조7254억원을 차지한다. 약 2조4000억원 정도가 신약 R&D 한해 비용으로 사용된 것이다.
국산신약 1개를 개발하기 위해선 10~15년 동안 300억~500억원이 투자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려면 10년 동안 1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지난해 13조원의 돈을 신약 개발에 투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보통 5조원 이상을 R&D에 투자한다.
제약·바이오 관련 산업 육성책이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발표할 예정이다. 2013년 발표된 제1차 계획안은 '세계 10대 제약 강국 도약, 글로벌 신약 4개 출시'가 목표였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바이오핵심기술개발사업 등을 운영해 제약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벤처기업에서 많이 육성된다. 스타트업 업체를 키우기 위한 소규모 펀드를 많이 조성하려 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글로벌 신약을 만드는 것은 정부가 주도해서 될 일이 아니다. 민간 소규 기업과 덩치가 큰 제약사 등 민간 주도 하에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더욱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 완화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단발적으로 업계 의견을 반영하는 식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것보다 벤처, R&D 제품화 등 신약 개발 과정을 고려한 장기적인 규제 맵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 약학대학 교수는 "이번 육성안의 R&D 비용을 전체를 합쳐도 적은 금액인데, 글로벌 신약 5개를 어떻게 개발하겠다는 건지 의아하다"며 "제약·바이오를 담당하고 있다는 각 부처가 중복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각 부처가 성과내기에만 급급해 R&D 예산이 분산되며 사업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R&D 예산의 선택과 집중, 효율적인 집행이 필요하다. 한 부처가 컨트롤 타워을 역할을 하며 총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책이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은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제2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민·관협의체 회의'.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