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미 ITC는 5일(현지시간)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를 상대로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양사 수출품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국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ITC는 삼성과 LG가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향후 세이프가드 조치시 배제하도록 했다. 한·미 FTA는 미국이 글로벌 세이프가드 조치에 앞서 한국산 제품은 별도로 심사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을 경우 제외토록 규정하고 있다. LG의 경우 일부 수출 세탁기를 국내에서 만들지만, 양사 모두 대부분을 베트남 등 해외공장에서 제조·수출해 '한국산 면제' 혜택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ITC의 이날 피해 판정은 곧바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앞으로 청문회 등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밝혀온 만큼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연간 1조원이 넘는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월풀이 청원한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은 삼성·LG 대형 가정용 세탁기로, 양사가 반덤핑 회피를 위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했다고 주장했다.
ITC는 이날 피해 판정에 따라 오는 19일 구제조치(remedy) 공청회를 개최하며, 내달 투표를 거쳐 구제조치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한다. 이어 12월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무역구제를 건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후 6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한다. 이에 따라 최종 결론은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ITC 결정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세탁기에 대한 수입 금지는 선택권 제한, 가격 상승, 혁신 제품 공급 제한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북미 가전공장을 건설해 가장 혁신적인 세탁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며서도 "앞으로 나올 구제조치가 이 공장의 건설과 가동을 저해(hinder)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을 ITC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상당부분 예상됐던 것"이라면서 "혁신하지 않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기업보다 유리한 시장이 될 경우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미국 정부에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애드워시 세탁기.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