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열흘간의 추석 연휴가 9일 끝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풀어야 할 대내외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외에서는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 등이, 국내에서는 여야 협치와 1기 내각 마무리 등으로 어느 하나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청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추석 연휴기간 두 차례 공식 외부일정 외에는 청와대에 머무르며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9일에도 특별한 일정은 잡지 않고 국정현안을 점검했으며 10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공식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청와대의 최우선 현안은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다.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일로, 역대 북한 정권은 이날을 전후해 정치적 홍보효과 극대화 차원에서 각종 도발을 감행해 왔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안톤 모로조프 러시아 의원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더 강력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그간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국제사회와 함께 ‘고강도의 제재·압박’으로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북핵·미사일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이번에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목소리가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개정협상도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방식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전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도 상대방을 극도로 압박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전략을 소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위 ‘말폭탄’으로 한반도 긴장을 부추겨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그 ‘안보 지렛대’로 자국의 경제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막대한 군수물자를 수출하면서 FTA 재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중국과는 사드배치 문제로 촉발된 경제보복이 풀리지 않는 난제다. 정부는 오는 18일 중국의 제19차 공산당대회 이후 관계 개선에 나설 뜻을 비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14일 외신 인터뷰에서 “지금은 중국이 당 대회를 앞둔 상황이어서 사드문제에 대한 관심을 바꾸는 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차근차근 길게 내다보면서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드문제가 중국의 한국경제 견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중국 전문가인 이반 첼리치셰프 일본 니가타대 교수는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칼럼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상호경쟁적 관계로 변화했다”며 “중국은 이제 한국을 경쟁국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보복을 하고 있으며, 사드배치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경우 당 대회가 끝나도 사드문제가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적으로도 해결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 산적하다. 최우선 현안은 야권과의 ‘협치’다. 문 대통령은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달 27일 여야대표들을 청와대에 초정해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재차 강조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서는 야권의 협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보수야당이 ‘전임 정권(이명박·박근혜) 죽이기’로 인식하고 격렬히 반발하면서 협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오는 12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는 이미 상대방을 적폐로 규정, 정면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초대 내각의 ‘마지막 퍼즐’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선도 중요한 과제다. 중기부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화두인 ‘일자리·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추진하는 핵심 부서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가시적인 경제성적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처지만 아직까지 그 수장 인선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청와대는 추석 연휴 직전 대상자를 어느 정도 압축해 재산, 논문 등에 대한 정밀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후보자마저 낙마할 경우 그 책임론이 청와대 인사라인을 강타할 가능성이 높아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장관 후보자 발표 시점은 연휴 직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후보자가 지명된다면 국회 검증 절차 등을 감안해 새 정부가 출범한지 반년이 다되어가는 오는 11월에야 1기 내각구성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6일 오후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병산서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