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개정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경제적 피해와 함께 온 현 정부에 대한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꾸준히 한·미 FTA가 미국에 무역적자를 가져오는 불평등한 조약이라고 강조해 왔다. 당선 이후에는 개정을 넘어 '폐기'라는 강수를 두며 압박을 계속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개정'없이 현행 유지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8월 22일 서울에서 처음 열린 1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요구에 대해 경제적 효과 분석을 먼저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2차 공동위 특별회기 결과, 결국 '개정'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양측은 한미 FTA의 상호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의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특별회기 결과를 발표했다.
트럼프의 압박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던 정부가 결국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모양새가 되면서 이에 대한 따가운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교섭본부를 10년 만에 부활시키며 통상 강화를 약속했던 정부로서는 체면을 구겼고, 한·미 FTA를 성사시켰던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떠 안게 됐다.
사실 미국의 거센 압박은 북한의 핵실험 등의 외부 불안 요소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양국의 긴밀한 협조가 더욱 필요한 시점을 제대로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미 FTA 개정 합의에 대한 배경이 어떻든 FTA 개정 협상은 당장 발등의 불이 됐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당당하게'를 버리고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확인한 만큼 대응책도 보다 분명하게 마련해야 한다. 자동차나 농산물의 경우 관세가 부활할 경우 미국 수출길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때마침 나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수출이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이어진다면 가전 분야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경제적 타당성 평가와 공청회, 국회 보고 등 아직 거쳐야 할 절차는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보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고 정치권도 정치공세를 넘어 대응책 마련에 힘을 더해야 한다.
이해곤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