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중국이 수입을 늘렸지만, 유독 한국산에는 등을 돌렸다. 자동차가 대표적으로, 사드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휴대폰을 비롯해 한국산 소비재 대부분이 중국 수입시장에서 부진해, 한국산 불매 운동 등 반한 감정 확산에 대한 우려가 깊다.
10일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의 주요 20대 소비재 수입 실적을 집계한 결과, 한국산이 대부분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 수입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불과했다. 주요 품목인 자동차(1500~3000cc, 0.03%), 휴대폰(0.3%) 등은 0%대에 그쳤다. 중국 현지생산 및 수요 저하가 영향을 미쳤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수출 실적도 급감해 마켓 파워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같은 기간 헤드폰 및 이어폰, 조제식품, 냅킨, 가죽 핸드백, 밀크 및 크림, 면티 등의 중국 대세계 수입은 늘어 대조를 보였다. 특히 자동차는 수입이 9.2% 늘었음에도 한국산 수입은 66.5%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분야에 이어 현대차 등 자동차도 사드 충격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차의 8월 중국 판매량은 7만6010대로 전년 동월보다 39% 줄었다. 올 들어 8월까지 현대·기아차의 중국 누적 판매량(57만6974대)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7% 적었다.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으로 올해 현대·기아차의 연간 판매 실적은 6년 전까지 후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화웨이 등 로컬기업이 강세인 휴대폰은 대세계 수입도 66.1% 감소했다. 그 속에 한국산은 75.3% 급감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작 갤럭시노트8의 역내 초기 판매가 부진하다며 사드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 중국 매체는 “한중이 밀월관계였던 시절 한국 기업은 중국에서 큰 이익을 얻었으나 지금은 썰물처럼 갑자기 볼 수 없게 됐다”면서 “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며 중국에서 한국 제품 불매 운동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조사기관 시그멘텔은 지난 2일 2013년 20%를 초과했던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올 2분기 1.6%까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점유율 하락 원인으로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와 함께 사드 배치 문제를 꼽았다.
한편,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드 보복 수위가 노골적으로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도 이어지는 추세다. 롯데와 신세계는 상당 부분 사업을 중국에서 철수할 예정이며, 다른 그룹들도 중국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