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긴 연휴를 보낸 코스피가 거래 재개 첫날 40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면서 단숨에 2430선을 넘어섰다. 그동안의 글로벌 증시 상승분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3분기 어닝 시즌에 주목하며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대형IT와 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대량 매수가 유입되는 흐름이었다. 증시는 당분간 북한 리스크와 미국의 통상 압력을 비롯한 불확실성 요인보다는 당장 확인 가능한 실적에 집중하며 상승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9.34포인트(1.64%) 오른 2433.81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2443포인트까지 오르며 2%대 강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휴를 앞두고 매수와 매도를 오가며 지수 횡보를 이끌던 외국인이 간만에 8100억원 넘는 대규모 매수세로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기관은 5614억원, 개인은 3101억원 매도우위였다.
코스피 상승폭이 컸던 이유는 한국 증시가 긴 휴식을 취하는 사이 해외 증시가 일제히 신고가를 기록한 데 대한 키맞추기 현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다우존스산업지수와 S&P500, 나스닥지수는 연휴 내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신흥국 시장 강세도 뚜렷했던 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대규모 매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쉬는 사이 홍콩 항셍지수가 4% 넘게 오르며 금융위기 이후 고점을 넘어섰고, 브라질 등 신흥국 증시도 일제히 반등세였다"면서 "글로벌 경기회복 국면이 뚜렷한 가운데 신흥국의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한국 시장에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실적 기대감 역시 하반기 주가를 밀어올리는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오는 13일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3분기 어닝 시즌이 본격화하는 만큼 코스피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대형IT와 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SK하이닉스(000660)(7.00%)는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전망에 힘입어 장중 9만원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삼성전자(005930)(2.96%) 역시 강세로 마감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습이었다. 정부 규제 우려에 조정받았던 금융주 역시 다시 실적에 주목하며 동반 상승했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1조5000억원으로 꾸준히 상향조정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IT주들이 반도체 업황 호조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대형주가 끌고가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연휴 동안 불거진 미국발 통상압력 이슈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정에 더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려가 커진 상태다. 하지만 한미 FTA의 경우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고, 한국산 세탁기를 비롯한 태양광, 철광 등 전방위에 걸친 미국의 통상 규제에 따른 피해 규모 역시 한국 수출 전체에 비해 미미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증시에 제한적인 영향을 주는 데 그칠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한국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는 통상 이슈에서 자유로운 만큼 실적을 기반으로 한 지수 상승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한미 FTA 협상에서 자동차와 철강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다른 쪽에서 실리를 취할 가능성 등이 남아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부분"이라며 "피해가 예상되는 일부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겠지만 지수를 끌어내릴 만한 요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긴 연휴를 보낸 코스피는 10일 전 거래일보다 39.34포인트(1.64%) 오른 2433.81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