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4대 메이저가 장악하고 있는 골판지 시장이 국정감사의 도마위에 올랐다. 골판지 시장이 정치적으로 이슈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지부터 원단(골판지), 상자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메이저 4개사가 원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원단과 상자를 만드는 국내 중소 골판지 업체의 경영난이 커지는 현실이 지적됐다. 이에 주무부처인 중소기업벤처기업부는 무분별한 원지가격 인상에 대한 제재 방안 등을 추후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16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위원회 국정감사에 권혁홍 대양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최근 1년새 70% 가량 원지 가격을 인상하면서 중소 골판지 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며 원지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원지가격 인상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권혁홍 회장은 "골판지 가격은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어 과거 손해를 감안해 조금 더 올리는 정도"라고 답변했다. 이에 정 의원은 "원지 가격을 올리면 올릴수록 원지사들의 영업 이익은 급등하고 있다"며 "대양제지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양그룹 내 원지사인
대양제지(006580)는 올 상반기 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증가한 수치다. 그룹 내 또다른 원지사인
신대양제지(016590) 역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5% 증가한 78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9차례에 걸친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시기의 영업이익 추이와 비슷한 모습"이라며 "이런 행태가 이어질 경우 공정위에 담합 여부를 조사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애경 용신플러스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대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사례에 대해 들었다. 이 대표는 30년 이상 상자제조업에 종사해왔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10년 거래처를 메이저사로 인해 한 순간에 잃었다"며 "수직계열을 이룬 메이저사가 30% 이상 싼 가격에 거래를 하면서 거래처를 빼앗겼다"고 토로했다.
골판지 산업의 시장구조는 '원지(이면지·표면지·골심지)→원단(골판지)→상자'로 이뤄진다. 원지업계의 시장점유율 80%를 장악하고 있는 메이저 4개사(아세아그룹, 대양그룹,
태림포장(011280)그룹,
삼보판지(023600)그룹)는 지난해 7월과 올 2월 두 차례에 걸쳐 50%의 가격인상을 단행한 이후 지난 8월 또다시 15~20% 수준 가량의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원지 다음 단계에 있는 원단과 상자를 제조하는 중소 골판지 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1990년대 160여곳에 달했던 원단과 상자를 제조하는 골판지포장기업은 지난해 기준 90여곳만 운영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 상자제조사의 사장이 폐업한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7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권혁홍 대양제지공업, 신대양제지 공동 대표가 의원 신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