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기지' 여의도 지하벙커, 도시재생 거쳐 시민 품으로

서울시, 경희궁 방공호·신설동 유령역도 함께 공개

입력 : 2017-10-19 오후 4:21:4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비밀스럽기만 하던 여의도 지하벙커가 40년 만에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서울시는 19일 도시재생을 통해 여의도 지하벙커와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1970년대 만들어진 여의도 지하벙커는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냉전시대 산물이란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연면적 871㎡ 규모의 공간은 원형 그대로다. VIP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에는 소파와 화장실, 샤워장이 있다. 여의도 지하벙커는 그동안 정밀점검과 안전조치,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전시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이날 함께 공개된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말기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경성중앙전신국 별관 지하전신국)을 갖춰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 침략과 아픈 과거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전체 면적은 1378㎡(1층 1120㎡, 2층 258㎡)규모로 내부에 10여개의 작은 방이 있다. 폭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져 성토 높이는 8.5m, 외벽은 약 3.0m 두께에 이른다. 지하 직선거리는 약 100m 정도다.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진 신설동 유령역도 일반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신설동 유령역은 노선이 조정되면서 폐 역사가 돼 43년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던 곳이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유령역으로 불렸지만 70년대 역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영화와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 일부 활용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을 통해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어렵고 잊혀졌지만 우리의 역사와 기억을 간직한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하게 됐다”며 “특히 여의도 지하벙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가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세마(SeMA) 벙커에서 개관식을 마친 후 벙커 내부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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