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이 18일부터 20일까지 이천 SKMS연구소에서 ‘함께하는 성장, New SK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2017년 SK CEO세미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기업 회장들이 ‘사회적 책임’에 팔을 걷고 나섰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육성을 높이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를 기점으로 반기업정서가 높아 사회적 책임에 능동적이지 못한 기업은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인식전환의 발단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경영회의에서 변화와 혁신의 키워드 만큼 사회적 책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총수들이 앞장서 임직원을 독려하는 강도도 높아졌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SK의 CEO세미나도 사회적 가치가 내재된 경제적 가치 창출에 방점을 찍었다. 공유인프라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성장전략임을 확신하고, 각 관계사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모델을 실행키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경제적 가치는 선택이 아니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필수요건”이라며 인식전환을 유도했다. 최 회장은 특히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 방안으로 사회적 기업에 주목한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해 그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주자는 SPC(Social Progress Credit)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관련 제도의 법제화에 그룹 역량도 모으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연말쯤 관련 구체화 내용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허창수 GS 회장은 지난 18일 임원모임에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 GS는 기존 사업은 물론 미래 성장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해 GS의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가는 노력도 함께 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8월 최고경영자 전략회의에 이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적극 호응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최근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로 숨진 이모(21) 상병의 유가족에게 사재로 위로금 1억원을 전달키로 했다. 숨진 이 상병의 부친은 자식을 잃은 비통함 속에서도 “빗나간 탄환을 어느 병사가 쐈는지 밝히거나 처벌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구 회장은 “숨진 병사 아버지의 깊은 배려심과 의로운 마음을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위로금 전달취지를 밝혔다. LG는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구 회장의 뜻을 반영해 LG 의인상 수여도 확대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총수들의 태도가 전과 달리 적극성을 띤다. 문재인정부의 재벌개혁 정책기조와 더불어 양극화, 갑질사례 등 국민의 반기업정서가 커진 것을 의식한 듯 보인다. 총수들은 지난해 말 국정농단사태 진상조사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사회비판 여론을 직시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