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5·18 특조위 "전두환정부, '80위원회' 등으로 사실왜곡 추정"

입력 : 2017-10-23 오후 3:44:58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5공 청문회’를 앞두고 지난 1988년 구성된 이른바 ‘511 분석반’에 3년 앞서 범정부 차원의 대응기구가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980년대 정부 자체 조사과정에서 수집된 후 제출된 자료에 실린 진압군 병사들의 체험수기가 수정·왜곡된 정황도 드러났다.
 
‘5·18 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국방부 5·18특조위) 이건리 위원장은 23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전두환정부는 지난 1985년 각계의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요구가 이어지자 범정부 차원의 대책기구를 설립했다. 국방부 5·18특조위가 발굴한 그해 6월5일 관계장관 대책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내무부, 법무부, 국방부, 문공부, 육군본부, 보안사, 치안본부, 청와대, 민정당, 안기부가 참여하는 가칭 ‘광주사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진상규명위는 관련자료 수집과 백서를 발간을 목표로 설정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업무 추진을 위한 실무위원회도 편성했다. 안기부 2국장이 실무책임을 맡고 3개의 실무팀(수집정리팀·분석작성팀·지원팀), 이들을 관리하는 심의반으로 구성된 실무위원회는 ‘80위원회’라는 위장 명칭으로 불렸다. 이 위원장은 “정부 차원의 기구 구성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 했던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군 병사) 체험수기의 수정과 변화에 80위원회와 같은 정부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역사적 사실에 관해서 뭔가 조작과 왜곡을 시도했다는 그 부분에 관해서 앞으로 철저하게 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5·18 특조위는 당시 80위원회의 활동이 현재 남아있는 군 기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 일부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들의 증언이 담긴 5·18 관련 체험수기를 예로 든 이 위원장은, 1981년 6월8일자 체험 수기에는 5·18 당시 계엄군이 '무릎 쏴' 자세로 집단사격을 했다는 군 간부 증언이 있지만 1988년 군사연구소가 발간한 체험 수기 내용은 이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내용의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고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다양한 수정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추가 확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의혹을 받는 당시 및 현재 군 관계자들은 ‘이미 40년이나 다 돼가는 지나간 일을 끄집어내 왜 분란을 일으키느냐’, ‘왜 쓸데없는 일을 해 군의 명예를 떨어뜨리느냐’고 하면서 진상규명에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며 조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참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말도 했다.
 
국방부 5·18 특조위는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과 전투기의 광주출격 대기 의혹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지난달 11일 출범한 후 40여일 간 조사활동을 진행 중이다. 국방장관 훈령을 통해 예정된 운영기간은 오는 11월30일까지다.
 
23일 오전 서울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중간 경과보고 기자회견에서 이건리 특조위원장이 '80위원회' 관련 1985년 6월 광주사태 진상규명 관계장관 대책회의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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