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중기중앙회 국감 '파행'…박성택 회장 '진땀' 속 칼날 피해 '안도'

이인규 전 중수부장·노란공제회 문제 거론되다 자유한국당 보이콧에 국감 흐지부지

입력 : 2017-10-26 오후 5:52:19
[뉴스토마토 이우찬·정재훈기자] 10년 만에 피감기관으로 지정돼 국정감사 무대에 불려나온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이 자유한국당의 국감 보이콧 사태 덕분(?)에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인규 변호사(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중소기업중앙회 인사권 입김 의혹과 자회사인 홈앤쇼핑 문제 등으로 의원들의 질타가 예상됐지만 이날 의원들의 예리한 칼날은 면할 수 있었다.
 
26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으로 지정된 중소기업중앙회에 대한 국감이 진행돼 이목이 쏠렸다. 이날 국감은 중기부 승격 후 이뤄진 산하기관에 대한 국감 이었지만,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중기중앙회가 포함되면서 모든 이목이 박 회장에게 집중됐다. 실제 국감이 시작되면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 대한 의혹이 도마에 오르며 박 회장을 압박했다. 또한 의원들은 노란우산공제 운용 문제점과 자문위원 초과 수당 의혹 등도 문제삼으며 박 회장을 추궁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종훈 의원(새민중정당)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중소기업연구원은 공공연구기관인데 자리 나눠먹기가 많다"며 과거 중소기업연구원 이사로 재직했던 이인규 변호사에 대해 "중소기업연구원 이사로 적임자가 아닌 이 변호사가 인사 문제만 관심을 갖고 자기 뜻대로 관철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현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이 변호사의 재청으로 중소기업연구원 이사장에 취임했다며 유착 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로 잘 알려진 이 변호사는 지난 2010년 2월 중소기업연구원 이사로 선임된 이후 6년 동안 활동한 인물이다.
 
김 의원은 "박성택 이사장은 이인규 변호사의 재청으로 중소기업연구원 이사장에 취임했다"며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중소기업연구원의 당연직 이사장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성택 회장은 이날 "중소기업연구원 이사장은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당연직으로 여태까지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인규 변호사의 이사회 인사를 쥐락펴락한다는 김 의원의 의혹제기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박성택 회장이 이끄는 중소기업중앙회의 비공식법률대리인이 이인규 변호사라는 의혹도 있는 상황이다. 이 변호사의 고교 동창인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는 2015년 면세점 관련해 배임 혐의로 고발됐지만 대표 연임에 성공해 의문을 낳았다.
 
김 의원은 "이 변호사는 중소기업연구원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았고 어떤 전문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이 변호사는 인사문제에 대해서만 의견을 밝혔는데 그의 의견은 모두 관철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변호사가 중소기업연구원 이사에 임명되고 중소기업중앙회 자문위원이 되는 것에 맞춰 홈앤쇼핑이 설립된다"며 "그가 중소기업 관련 직위를 갖게 된 것은 홈앤쇼핑 설립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했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최대 주주로 있는 홈쇼핑업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11년 1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이 변호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비슷한 시기 이 변호사가 속했던 법무법인 바른은 중소기업중앙회 관련 2건을 1억여원에 수임했다. 2011년 5월4일에는 홈앤쇼핑 발기인 총회를 열고 이 변호사와 이 변호사의 경동고 동창인 강남훈씨, 김기문 전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이사로 선임됐다. 강씨는 이후 홈앤쇼핑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3년 2월에는 중소기업연구원 이사회에서 김기문 의장이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를 기금관리 위원으로 추천했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인 김기문 이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2015년 7월 제2차 정기 이사회에서 진행된 이사장선출 안건에서는 박혜린 이사가 이사장으로 박성택 중소기업기중앙회장을 추천했고, 이인규 이사가 재청했다. 만장일치로 박성택 이사장이 결정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후에도 이인규 변호사의 인사 개입 의혹은 잇따랐다. 지난해 5월 1차 정기 이사회에서는 이사회 선임안에서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이사와 박용주 한국 경영혁신 중소기업회장을 이사로 추천됐는데, 이 변호사는 "적절한 분이 되신 것 같은데 통과시키면 되겠다"고 발언하자 이의 없이 통과됐다. 7월 2차 정기 이사회에서는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 이성훈 변호사 등 4명의 신임이사가 임명됐다. 이성훈 변호사는 이인규 변호사와 법무법인 바른에 같이 소속됐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홈앤쇼핑을 너무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2015년 감사원이 중기중앙회 감사 실시 결과 48건 처분 조치했다"며 "2건 미이행으로 미이행된 2건은 모두 홈앤쇼핑 관련 건이다. 도대체 왜 중기중앙회가 이토록 홈앤쇼핑을 비호하는지 모르겠다"고 박성택 회장을 질타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질의를 제외하면 이날 국감에서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와 이인규 변호사, 박성택 회장과 관련된 의혹을 캐묻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강 대표가 지난 16일 중소벤처기업부 국감에서 인정한 인사 청탁도 의원들은 확인하지 않았다. 강 대표는 당시 국감에서 이 변호사에게서 인사 청탁을 받은 적 있느냐는 물음에 인정하면서 "경리직원이 빠져나갔는데 이 변호사 소개로 직원을 뽑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정치 논란에 휩싸이며 진땀을 흘리던 박 회장은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갑작스러운 국감장 퇴장으로 더 이상 이슈로 부각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문제로 인해 지도부가 단체 보이콧을 결정함에 따라, 국감 시작 1시간 만에 모든 의원들이 국감장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7 국정감사에 참석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정재훈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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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