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손차량, 분손차량으로 둔갑…수리검사 절차 마련해야

수리검사 기준 마련 시급…3분기 동안 600건 넘어

입력 : 2017-10-30 오후 2:31:08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차량 수리비가 차량가격보다 더 많이 나와 전손(전부손해) 처리 된 사고차량이 제대로 된 안전검사 없이 분손(부분손해)으로 둔갑해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손해보험사들이 사고이력관리시스템인 ‘카히스토리’정보를 임의로 수정해 전손차량을 분손차량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이 자유한국당 김성원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히스토리 변경이력을 관리하기 시작한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손에서 분손으로 변경된 건수는 무려 605건에 달했다.
 
사고차량의 수리비가 차량가격을 초과하면 전손으로 처리한다. 파손정도가 커 수리하는 것 보다는 폐차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다. 그런데 보험처리를 전손으로 하더라도 폐차시키지 않고 수리 후 운행하거나 중고차 시장에 매각 할 수도 있다. 단 이때에는 자동차관리법상 ‘수리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손차량이 중고차로 매매될 때는 수리검사 외에도 자동차 할부금융을 50%까지 밖에 받지 못하고 시세역시 20~30%떨어진다. 판매가능성도 낮다. 전손차량의 안전성과 상품성이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는 이런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카히스토리상의 정보를 변경해 전손차량을 분손차량으로 수정한다. 사고이력 변경사유로는 보험사간 보험처리 과정에서 자차선처리후에 대물보상을 구상하거나 중고차 매매업체가 요청하는 경우,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A보험사와 B보험사 가입자 간 사고가 발생할 경우 B보험사는 고객의 자차보험으로 우선 처리를 하고 A보험사에 고객의 자차보험금으로 지금된 금액을 구상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A보험사가 사고 차량을 전손처리한 경우라면 다시 분손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사고이력정보 임의수정이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카히스토리를 관리하는 보험개발원이나 상급기관인 금감원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관리감독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보험사들이 ‘알아서’ 정보를 올리고 또 수정하는 구조인 것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전손차량에서 분손차량으로 변경하는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은 맞다"며 "다만, 보험사 이익을 위해 전손을 분손으로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측은 김 의원실에 별도로 제출한 자료를 통해 ‘정보 정정시 손보사 자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일정요건에 해당하는 분손차량에 대해서는 수리검사 절차를 마련하도록 국토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전손처리 됐던 차가 제대로 된 검사도 없이 중고차시장에 나오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안전에도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며 "중고차시세보다 수리비가 더 나온 차량은 반드시 전손으로 처리해 수리검사를 받도록 하고, 보험사가 카히스토리 정보를 변경할 때 신뢰성있는 승인절차를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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