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2기 체제 출범과 함께 한·중 관계 개선 기미가 속속 감지되자 롯데그룹의 중국사업 향배에도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롯데가 사드 갈등의 최대 피해기업으로 꼽혀온 만큼 중국 내 사업 전반에 변화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측은 모든게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매각 수순을 밟고 있는 중국 롯데마트 역시 예정대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드 배치 갈등으로 얼어 붙었던 한·중관계에 해빙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중국 허베이성의 한 여행사 사이트에는 한국 단체관광 여행상품이 7개월 만에 올라왔고,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이트인 씨트립은 한국 여행 상품 구성을 위해 롯데호텔에 실무 협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의 중국 마트사업 매각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철수 번복'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롯데 측은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이미 결정된 매각은 예정대로 진행이 불가피하며 번복은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아직 정확한 실체가 없고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도 없다"며 "올해 들어 사업 유지를 위해 차입도 하는 등 사업 지속을 위해 노력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고 손실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판단하고 연내 철수를 마무리 짓는 목표엔 변함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중국 내 마트사업 철수'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수 차례 증자와 차입을 단행하며 사업유지를 위한 수혈에 나섰고, 중국 당국에 읍소도 하며 의지를 보여왔다. 신 회장이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을 사랑합니다. 우리(롯데)는 절대적으로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기를 바랍니다."라고 호소한 것도 절박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 대목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100여개에 달하는 롯데마트 영업이 올스톱되는 등 진전의 기미가 안 보이자 결국 극단의 선택을 했다.
일각에선 한·중관계 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누적된 영업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롯데의 중국 내 유통사업 정리는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기도 한다.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도 당연한 수순이다. 그동안 신 회장은 '중국사업 실패'라는 꼬리표가 붙어 형제의 난 과정에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공격을 받아왔다. 오히려 중국 당국이 '사드보복'이라는 명분을 제공한 현 시점이 신 회장에겐 '앓던 이'를 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 회장이 최근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한 '포스트 차이나' 공략에 나섰다는 점도 한·중 관계 개선 기미에 별다른 동요를 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 신 회장은 새 활로 찾기에 분주하다.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른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가 타깃이다. 롯데그룹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재계 2위인 살림그룹과 손잡고 '인도롯데'를 설립, 지난 10일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를 공식 오픈했다. 신 회장은 다음달 초엔 2박3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해 현지 진출한 롯데 유통매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베트남에도 부쩍 힘을 싣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직접 베트남 하노이를 찾아 '롯데몰 하노이' 사업계획을 살피기도 했다. 최근엔 롯데카드를 통해 베트남 신용카드사를 인수하며 현지 금융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처럼 롯데그룹의 해외사업 무게 추가 중국에서 동남아로 기울고 있지만, 한·중 관계개선이 롯데와 무관한 사안은 아니다. 양국간 해빙무드가 가시화 될 경우 현지 대규모 투자건이 남아있는 롯데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3조원을 투입한 선양 롯데월드의 경우 신 회장의 중국 내 숙원사업 중 하나다. 현재 공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공사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롯데에게 반가운 일이다. 이밖에도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등은 유커의 매출 비중이 컸던 만큼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귀환이 조심스럽게 예고되는 점도 희소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중국 내 유통사업은 이미 복구가 힘들 정도로 피해가 커 대대적인 정리가 불가피 하다"며 "다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면세사업과 서비스사업 등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큰만큼 수익성 위주의 중국 사업 재편이 본격화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커로 가득찼던 롯데면세점 내부 전경이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